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40대 여성입니다. 올해는 설연휴가 4일이잖아요. 휴일이 꽤 길고, 그동안 코로나로 가족과 친척들도 별로 못 뵀었고 해서, 저희 가족은 이번 설에 다 같이 모여서 보내기로 했어요. 북한에서도 설명절 맞으실 텐데, 북한도 음력설을 크게 쇠나요? 신정과 음력설 중에 어떤 날을 더 중요하게 보내는지도 궁금합니다.”
(음악 up & down)
오늘 질문자 분은 한국의 음력설처럼 북한에서도 음력설을 크게 쇠는지 물어봐 주셨는데요. 이 질문은 예전부터 저 개인적으로도 종종 받았던 질문입니다. 워낙 우리 한민족의 큰 명절로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북한과 한국은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설마, 설명절까지 다를까?' 싶은 마음으로 질문하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양력 1월 1일은 하루, 그리고 음력 1월 1일은 해마다 조금씩 다른데, 보통 나흘에서 닷새 정도씩 휴일로 보내게 됩니다. 올해 음력설은 일요일이라 전날인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설명절 다음날인 화요일까지 이어서 나흘의 설연휴가 주어졌습니다. 달력 자체에 빨간색으로 표기된, 그러니까 법정 공휴일인 겁니다. 음력설이 되면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고향을 찾다 보니 한국에선 음력설 휴일이 넉넉한데요. 이때 사람들은 각각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으로 가족과 친지와 함께 즐거운 명절을 보내게 되는 거죠.
이번에 북한은 음력설을 휴일로 보낼까 궁금해서 북한 달력을 인터넷에서 확인해봤습니다. 누군가가 공수해온 북한 달력이 사진으로 인터넷에 올라와 있더라고요. 역시 양력 1월 1일과 음력 1월 1일 모두 일요일로 하루씩만 빨간 날이고 더 특별히 주어지는 빨간 날, 휴일은 보이지 않더라고요.
하긴 음력설이 명절이 된 시기도 그리 오래 되진 않았죠. 북한은 한때 음력설을 봉건 잔재로 간주해 명절로 취급조차 하지 않다가 1989년 김정일 지시로 다시 쇠기 시작한 걸로 알려져 있죠. 2003년엔 설 당일부터 사흘간을 공식 휴일로 지정하기도 했고 2006년부터 음력설 역시 '설명절'로 부르게 됐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북한 달력엔 또다시 음력설은 빨간 날로 표기되지 않고 있더라고요.
예로부터 우리 한민족은 음력 1월 1일을 설날로 간주해 1년 중 추석과 함께 가장 큰 명절로 보냈다고 합니다. 전통 그대로 여전히 여기 한국에선 음력설을 양력설보다 더 크게 쇠고 있는 거죠. 올해는 코로나19로 그동안 가족친지들간에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지낸 분들이 많아서인지 나흘간의 설연휴에 고향이나 가족을 찾는 이들로 교통 혼잡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날짜와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평소 2시간이면 가던 서울-대전 거리가 5시간 정도, 그리고 5시간이 채 안 걸리던 서울-부산 거리도 9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하는 등 전국의 고속도로들이 차들로 꽉 차고, 열차와 버스가 만석이 됐거든요. 역시 설날은 고향, 가족 친지를 만나서 더 행복한 날이지 않나... 생각하게 되면서 귀성길, 귀향길이 힘들다는 분들의 약간의 불평마저도 그저 부럽게만 느껴집니다.
사실 한국에서 명절은 일단 회사 안 나가고 쉬면서 여행하거나 그간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보내는 날로 인식되고 있어요. 하지만 북한에서 진짜 명절의 의미는 평소에 못 먹었던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게 된다면 그 날이 명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달력에 빨간 날은 아니더라도 혹시 음력설 명절공급은 좀 있었을까요?
전에 ‘북한에서도 차례상 차려요?’ 이 질문도 받았었는데요. 한국에선 보통 음력설이 될 즈음 산소나 납골당에 가서 먼저 인사를 드리고 음력설 당일 아침에는 조상님께 드리는 차례상을 차리고 절을 올리더라고요. 북한을 떠나 여기 한국에 와 있는 탈북민들 중에서도 이곳에서 음력설 차례상을 차리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모든 것이 풍족한 이곳에서 상에 올려진 풍성한 음식들을 보면서 이 많은 걸 북한에 계신 친척들과 나누면서 설명절을 같이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북한동포 여러분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 바라며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