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서도 영어공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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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안녕하세요. 이희준이라고 합니다. 저는 올해 목표가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는 건데요. 북한사람들도 영어공부에 관심을 가지나요? 학교에서부터 영어를 가르쳐주는지도 궁금합니다.

이 질문도 여러 번 받아본 적이 있는데, 북한에서도 영어를 가르치나요? '네' 라고 대답하면 그 뒤에 미국을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그래도 영어를 쓰긴 하네요? 라는 말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죠. 그럼 저는 '그래서 북한은 미국식 말고 영국식 영어를 배워줘요' 라고 답합니다.

새해가 시작되면 한국사람들은 새해목표들을 세운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올해 20,30대의 목표 1위는 단연 외국어 공부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아마 영어가 압도적으로 많을 텐데, 영어가 세계 공용어이기 때문입니다.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대부분의 나라들도 영어를 제 2외국어로 선택해 가르치고 있고, 한국 역시 소학교에 해당하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있죠. 좀 더 열성적인 부모님들은 유치원 시기부터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기도 합니다.

오늘 질문은 '북한에서도 영어 배우나요?' 라는 거였죠? 답을 해드리면 북한도 영어를 가르치긴 합니다. 초급중학교 과정부터 영어수업이 있고, 좀더 애쓰면 영어과외를 받을 수도 있죠. 하지만 영어공부의 중요성을 알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한다 해도 거의 대부분 한국의 소학교 학생 수준에 불과하죠.

사실 언어 공부는 악기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배우는 시간보다 혼자 연마해야 하는 시간이 훨씬 많죠. 많이 듣고 연습하고 직접 써봐야만 실력이 늘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선 외국영화 한 편, 외국노래 한 곡 보고 듣는 것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으니 이렇게 모든 것이 막혀있는 곳에서 영어공부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한국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영어를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일단 영어 관련 교재들이 정말 많이 출판 되어있고, 또 인터넷에 접속하면 전 세계 영어 관련 교재들을 영상이나 글로도 볼 수 있고, 또 요즘은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영어수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현지인 같은 영어를 하고 싶다며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범죄자가 아닌 이상 누구나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습니다.

북한주민들 중엔 여전히 영어공부 왜 해야하지...하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영어 배워 봤자, 고작 할 수 있는 건 영어선생님이나 영어 과외 선생님 정도가 전부고, 해외로 나가서 일을 하거나, 외국인과 거래하며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0.001퍼센트도 안 될 텐데, 무엇보다 해외로 여행갈 수도 없다 보니 특별히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거죠. 북한엔 정말 허울뿐인 영어 교육만 존재하는 듯 합니다.

인민생활에 필요한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발표된 많은 논문과 저서들을 통해 이미 나와있는 기술들을 습득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저서들은 영어로 출간되어 있습니다. 영어를 모르고는 선진기술, 신문물을 이해할 수조차 없게 되는 것이죠. 북한에 ‘발은 내 땅에 두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구호가 있었던 것 같은데, 눈도 귀도 다 막고, 발도 묶어두고 대체 어딜 보면서 배우고 꿈을 키우라는 건지 정말 말뿐인 구호는 왜 이리 만들어 대는 건지 답답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북한청년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남북의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미래 한반도에 살아가기 위해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저는 단연 영어공부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는 이제 지구촌이라는 표현처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구촌의 구성원으로서 전 세계와 소통하고 전 세계를 삶의 무대로 살아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언어를 알면 그 사회와 사람, 문화 등 많은 것들을 훨씬 많이 알게 되거든요.

북한동포분들에게 오늘 저의 얘기가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동기부여가 되길 바라며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