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여성들의 결혼 적령기는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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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여성입니다. 저는 올해 35살이 됐어요. 작년까진 30대 초반이라고 얘기하고 다녔었는데, 올해부턴 이제 정말 30대 중반이 된 것 같다고 느끼고 있어요. 특히나 주변에서 “왜 아직 결혼을 안 하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 등의 질문을 많이 받고 있어요. 슬슬 주변의 결혼 압박이 실감이 나는데, 북한에서 여성들의 결혼 적령기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더라고요. 한국보다 훨씬 일찍 한다고 들은 것 같거든요. 혹시 무조건 20대에는 다들 결혼하는 건가요?”

(음악 up & down)

저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분이시고, 저와 비슷하게 결혼과 관련된 고민을 갖고 계시겠네요. 괜히 반가운 마음도 들고, 질문을 받고 나니 문득 '그러게.. 내가 지금쯤 이렇게 결혼 안 하고 북한에 있었다면...'하고 잠시 상상해보게 됩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30대 중반의 여성이 결혼을 안 했다는 얘기를 듣고 지금 딱 어떤 생각이 떠올랐나요? 아마 남의 집 딸이라고 하면 '그 집 딸내미 무슨 문제 있소?' 라는 질문이 먼저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오늘 질문에서 들으셨듯이 여기 한국에선 여성들이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결혼에 대한 얘기들이 슬슬 시작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30대 중반의 나이는 '무슨 문제 있나..' 생각할 정도로 결혼이 많이 늦은 시기로 인식되진 않는 게 보통이라는 겁니다.

그래도 아마 질문자 분은 올해 35살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여기저기서 결혼 얘기를 많이 듣다 보니, 결혼 적령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신 것 같은데요.

보통 북한에서는 남녀 모두 20대가 가장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활동적인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죠. 그래서 여성들의 결혼도 20대에 대부분 이뤄지게 됩니다. 대학을 가지 않는 여성의 경우는 22살, 23살에 결혼하기도 하고, 물론 더 일찍 하는 경우도 있고요. 대학을 가는 경우엔 졸업하고 곧바로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제가 북한에서 예술단 생활을 할 때 음악대학 무용과를 졸업한 언니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23살에 바로 군관과 결혼식을 올려서 예술단을 떠나게 됐는데, 당에서 공부를 시켜 놨더니, 당의 은혜에 보답할 생각은 않고 바로 결혼했다며 생활총화에서 비판 받았던 일이 생각납니다.

최근에 탈북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북한도 점점 결혼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성들이 시장에서 장사를 통해 돈을 버는 등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직접 벌어서 결혼준비를 한 다음 좋은 사람을 찾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요. 한국 드라마가 여성들의 결혼시기를 늦춘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처럼 그렇게 여성에게 헌신적이고 자상한 남자를 찾기 전까진 결혼 안 하겠다고 선언하는 여성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저 결혼해서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며 평생을 보내는 게 여자의 일생이라고 생각하던 과거 북한 여성들의 생각이 점점 변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비하면 결혼 시기는 훨씬 빠르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는 30살~32살 정도에 결혼식을 가장 많이 올린다고 하는데요. 북한은 통계가 없는 곳이라 어느 정도라고 딱 잘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보통은 늦어도 25살~28살 사이에 결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답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결혼 적령기’가 법적으로 딱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결혼하기 가장 적정한 때라는 것은 어떤 사회나 문화권 안에 대부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의학적으로 결혼 적령기는 출산을 하기에 적합한 신체 나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한국에선 30대나 40대에도 첫 출산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결혼시기를 자신이 원하는 만큼 더 미루고 싶어 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습니다.

남북의 미혼 여성들 모두 주변 환경이나 다른 사람의 시선에 쫓겨서 하는 결혼 말고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사람과 행복한 결혼생활 시작하시기 바라며 오늘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지금까지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