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 지하교회가 있다던데 사실인가요?

북한 내 지하교회 신자들이 희미한 손전등 아래서 성경을 읽고 있는 모습.
북한 내 지하교회 신자들이 희미한 손전등 아래서 성경을 읽고 있는 모습. (/The Voice of the Marty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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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안녕하세요. 저는 김은지라고 합니다.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교회도 당연히 없는 줄 알았는데, 지난번에 인터넷을 통해 탈북민이 올린 영상을 보니까, 북한에도 몰래 몇 명씩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지하교회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북한에도 정말 몰래 종교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종교의 자유' 라는 말 자체를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계시죠? 자신이 원하는 종교를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신봉할 자유를 종교의 자유라고 합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국가가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명예스러운 것으로는 많은 부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북한은 종교 탄압이 가장 강한 나라로도 세계적인 악명을 떨치고 있죠.

국가마다 민족마다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에 따라 종교를 선택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신앙생활을 하며, 신에 대한 믿음과 종교의 교리를 통해 마음의 평화와 안정감 등을 얻기도 합니다.

한국에 도착한 첫날 어둑해질 쯤 높은 건물에서 내려다보니 정말 많은 십자가가 보이더군요. 전 처음에 그곳들이 모두 병원인 줄 알았습니다. '와 한국엔 병원이 정말 많구나' 생각했지만 아니었어요. 모두 교회였습니다. 동네마다 크고 작은 교회들이 있고, 교회에도 기독교, 천주교가 또 나뉘어 있고, 거기에 불교를 믿는 사람들까지... 그 밖에도 다양한 종교가 한국에 있습니다.

북한사람들에겐 종교 하면 누구나 머릿속에 각인된 장면이 있죠. 어렸을 때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선교사에 대한 일화 말입니다. 담 너머로 떨어진 자신의 사과나무 열매를 먹었다며 아이를 나무에 묶어 이마에 양잿물로 '도적' 이라고 썼다던 그 얘기 말입니다.

북한에서 배웠던 것 중에 어느 것 하나 진실이 없다는 건 북한땅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깨닫게 됩니다. 많은 탈북민들이 종교단체들에게 중국에서의 생활, 한국행, 그리고 한국에서의 정착까지 지원과 도움을 받습니다. 종교에서 가르치는 생명존중 교리와 종교적 신념, 신에 대한 믿음으로 종교인들은 어떤 인연도 없는 탈북민들을 아무런 대가없이 돕는 감사한 사람들이었거든요.

현재 북한에서 주민들이 가장 크게 처벌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성경의 소지입니다. 성경은 기독교에서 믿는 예수에 대한 일대기와 예수의 말씀을 기록해놓은 책입니다. 중국으로 탈북했던 사람들이 잡혀 북송되면 심문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취조 당하는 것 역시, 한국행의 여부와 성경이나 기독교와 관련된 것들을 접했는지에 대한 질문들입니다. 이렇게까지 경기를 일으키며 싫어하는 것엔 다 이유가 있는 거겠죠.

북한체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주체사상'이 성경에서 따온 내용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0대원칙 역시 성경의 십계명과 참 많은 부분이 겹칩니다. 주체사상은 북한의 김일성이 독창적으로 창조해낸 이론이 아니라 성경의 내용들을 모방하고 악용했다는 것은 성경을 보면 바로 간파할 수 있게 되니까요.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의 이름 역시 성경에서 가져온 것이며 김일성의 외가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었다는 것은 북한사람들만 모르는 사실입니다.

북한에 지하교회가 있냐는 질문 자체가 마음이 아픕니다. 탈북민 중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오는 과정에 기도를 안 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 신이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어디든 이 세상에 거룩한 힘을 지닌 어떤 존재를 향해 무사하게 해달라고 잡히지 않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게 되는 것이죠.

종교에 대한 믿음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입니다. 눈엔 보이지 않지만 어떤 강력한 힘을 믿고 의지하고 싶은 본능 말입니다. 저는 북한에서 지하교회를 본 적은 없지만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신에 대한 믿음과 신앙을 지켜가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부디 발각되지 않고 무사히 신앙생활을 해 나가시길.... 이곳에서 간절히 기도하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