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남성입니다. 얼마 전부터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행사 때 딸을 대동하고 나오더라고요. 보도에서 얼굴 몇 번 보고 이름까진 기억을 못했었는데, 며칠 전에 기사를 보고 좀 놀랐습니다. 북한이 우상화를 위해 주애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개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더라고요. 이게 무슨 말인가요? 이미 갖고 있는 이름을 바꾸게 한다는 게 진짜 사실인가요?”
(음악 up & down)
질문 내용에서 적잖이 놀라고 계신 게 느껴집니다. 저도 이 기사를 봤습니다. 북한 평안북도 정주시,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주애'라는 이름으로 공민증을 갖고 있는 여성들에게 이름을 고치도록 했다는 소식이 RFA를 통해 전해지면서 한국에서 화제가 됐더라고요.
한국에서는 거의 매일 북한의 주요 소식이 보도를 통해 남한의 전 국민에게 전해집니다. 북한의 상황이나 남북관계 등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판단되는 내용들이 보도되는 것인데요. 한국 뉴스는 거의 보도되지 않는 북한과는 다르죠?
사실 김정일 위원장 사후에는 세습이 끝나고 북한 역시 개혁개방으로 가지 않을까 기대했던 분들에게 김정은의 3대 세습은 아연실색할 일이었습니다. 과거 역사에서나 찾아볼 정도의 3대째 세습을 이어가며 계속해서 주민들의 희생이 이어지고 있는 북한이 또 4대 세습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하며 지켜보는 시선들이 많은데요. 그래서 김정은의 자녀들과 관련된 내용 역시 중요한 보도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북한 동포분들 중엔 이름만 듣고는 누구를 얘기하는 지 모르는 분들도 계실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북한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딸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죠. 단지 '존귀하신 자제분'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칭하고 있더라고요.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에서 태어난 김주애는 2013년 2월 19일생으로 현재 만 10살 생일을 며칠 남겨두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번 열병식에서 "우리 원수님 백두전구를 주름잡아 내달리셨던 전설의 명마, 그 모습도 눈부신 백두산 군마가 기병대의 선두에 서있다"며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충마가 그 뒤를 따라 활기찬 열병의 흐름을 이끌어간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한 통일문제 전문가는 "열병식에서 김정은의 '백두산 군마' 바로 뒤에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준마'를 공개하고, 참석자들에게 '김정은 결사옹위'와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열창하게 함으로써 마치 '후계자 책봉식'을 연상케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이 직접 자질과 역량, 도덕성 등을 검증해서 국민을 위해 일할 지도자를 뽑는 민주주의 사회와 달리 자기 자식에게 한 국가의 수령 자리를 물려주는 독재국가 북한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기에 더해 자기 자식의 우상화를 위해 인민들의 이름을 바꾸게 한다는 내용은 한국사람들에겐 해괴하고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질문자 분 또한 충격적인 이 내용에 대해 북한에서 살다가 온 탈북민에게 확인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상화를 위해 개명을 요구했다는 내용은 실은 북한 주민들에겐 그렇게 충격적인 내용은 아닙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씨 일가는 일반 국민들과는 다른 특별하고 존귀한 존재들로 세뇌를 받고 있고, 전부터 '김일성' '김정일'이라는 이름을 당연히 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테니까요. 저는 북한에서 살 때 주변에서 '일성' '정일'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불러본 적도 없습니다.
북한에서 살았던 경험을 토대로 이번 북한의 개명 관련 보도내용에 대해 좀 더 답을 드리자면 물론 '주애'라는 이름을 바꾸라는 지시가 내려왔을 수는 있으나 개명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이 있거나, 찾아와서 무조건 바꾸라는 식의 강요를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전에도 김일성의 어렸을 적 이름인 '성주'나 김정일의 어머니인 '정숙'이라는 이름의 경우, 바꿔야 한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그 이름 그대로 사는 경우도 많았고, 특별한 불이익이 있진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워낙 해괴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라 이번 경우엔 또 어떨지 더 지켜보자고 답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