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청년들도 취업고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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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아직까진 대학생이라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 사실 다음주 졸업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4년 동안의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게 되는데요. 뭔가 후련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한편으론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언뜻 듣기로 북한에선 직장을 국가가 배정해준다고 하던데 맞나요? 북한의 대학교 졸업생들은 그럼 취업 걱정이 없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음악 up & down)

그러고보니 한국은 지금이 졸업시기네요. 4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는 북한과 달리 한국에선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졸업식은 그 전인 2월 말, 학교마다 날짜는 조금씩 다르지만 딱 이맘때가 졸업식이 한창 있을 시기입니다.

여기 한국은 입학식보단 졸업식을 더 중요하고 의미 있게 보내게 되는데요. 소학교건, 대학교건 어떤 한 과정을 배우고, 익히고 잘 마무리한 것에 대한 축하와 격려의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졸업식날에는 부모, 형제, 그리고 친구들까지 찾아가 꽃다발도 안겨주고 기념사진도 찍으면서 축하와 기쁨을 함께 나누게 되죠. 졸업을 앞두고 계시다니 오늘 질문자분께도 먼저 축하한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는 말에는 저 역시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대학생들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 내내 열심히 공부합니다. 한국의 청년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의 표본을 예로 들면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규모가 크고 종업원 수가 많으며 자산총액이 큰 기업을 말하는데요. 여러분들도 한국드라마를 통해 접해 보셨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잡은 삼성전자나, LG전자, 그리고 현대자동차 등이 있습니다.

한국 내 대기업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입사하고 첫 1년동안 받는 연봉은 보통 4만 5천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직군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순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루 8시간 정도 책상에 앉아 근무하고 한달에 받는 로임이 3800달러 정도인 거죠. 이건 초봉이고, 일한 년수에 따라 연봉은 계속 올라가는데요. 여기에 성과금의 명목으로 더해지는 추가적인 금액까지 하면 실제로 삼성전자 직원이 받는 평균 연봉은 76000달러 이상이라고 합니다.

대기업의 경우, 연봉 외에도 여러 가지 복지 혜택들이 많다 보니, 취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을 꿈꾸게 되죠.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으로 분류된 집단은 71개입니다. 그러니까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모두가 다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대기업보다는 규모나 자산총액이 적은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들도 정말 많고, 그런 기업들도 북한 사람인 저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북한의 어느 중앙기관보다 훨씬 좋은 곳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국가가 최저 임금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아무리 작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사업주는 직원을 고용할 경우, 최소 한달에 1550달러 정도는 무조건 지급하게 됩니다.

하지만 4년동안 열심히 공부한 대학생들의 경우 좀 더 좋은 직장에서 첫 시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직장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엔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질문에서 북한의 청년들은 취업 걱정 없느냐고 물으셨는데, 남과 북의 경제 체계가 너무 달라서 짧은 시간에 어떻게 간단하게 답을 드려야 할 지 고민이 됩니다.

일단 북한에는 무직자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직장에 적을 두지 않은 공민은 없다는 얘깁니다. 북한은 어느 누구도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빠짐없이 직장 배치를 해줍니다. 그래서 어쩌면 취업 고민이 없다고 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북한에서의 직장 배치는 개인의 능력과 의사와는 거의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 그리고 직장에서 일은 시키지만 한국처럼 로임은커녕 그 부족한 량의 배급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모르시는 것 같아 정확하게 짚어서 답변드립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