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저: 길거리에서 손을 잡고, 포옹을 하고, 입을 맞추는 젊은 연인들이 흔한 요즘, 북한에서 연인들이 그런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26살 김민수라고 합니다. 저는 북한청년들의 연애가 궁금한데요. 한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연인들끼리 손잡거나 팔짱끼고 걷는 건 기본이고 포옹이나 뽀뽀같은 애정표현도 자연스럽게 하는데, 북한에서도 연애할 때 이렇게 애정표현들 많이 하나요?
왜 이 질문이 안 나오나 했네요. 역시 전 세계를 통틀어 청춘남녀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연애, 사랑일 겁니다. 20대 청년답게 북한의 연애에 대한 질문을 해주셨네요.
북한사람들도 사랑도 하고 연애도 할까… 경직된 사회, 개인적인 감정의 자유로운 표현이 제한 받는 곳, 모든 관계가 혁명적 동지애로 점철될 것 같은 곳. 외부세계에서는 북한에 대한 이런 시선들이 분명 있거든요. 하지만 북한 역시 사람 사는 사회고, 그곳에서도 남녀간의 애정은 항시 존재하죠.
애정표현이란 말 한국 와서 처음 들어 …
하지만 북한에서도 남몰래 청춘남녀의 사랑은 싹튼다
그런데 여러분 혹시 애정표현이란 말 써 보셨나요? 저는 한국에 와서 처음 사용해보는 말입니다. ‘사랑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하는 거잖아요. 사실 사랑이라는 건 감정이라 어떤 형체가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죠.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표현을 해줘야만 상대가 알 수 있는 건데, 북한식 애정표현의 방법이 궁금하신 것 같습니다. 사실 북한 영화에서도 남녀간의 애정표현을 볼 수 없고, 잠깐 등장하는 텔레비전 속 북한사람들의 얼굴엔 웃음기나 어떤 감정들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니까요.
한국청년들도 북한의 연애에 대해 궁금해 하지만, 듣고 계신 청취자 분들 중에도 특히나 청년 분들은 한국의 연애방식이나 애정표현에 대해서도 궁금하실 듯 합니다. 보통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본 내용이 전부니까요.
일단 남녀는 어떻게 만나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보통은 자주 보는 사이에서 애정이 생겨나기 쉬울 겁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도 같은 학교, 같은 직장, 같은 모임 등에서 자주 보는 사이가 친해져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신 것처럼 일명 '소개팅'이라고 해서 누군가의 주선으로 만남이 시작되기도 하고 특별한 경우는 길을 가다가 잠깐 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직접 다가가 연락처를 묻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무뚝뚝한 북한식 고백 ?
"나는 너를 좋게 생각하는데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니 "
그리고 한국의 연애에서 꼭 빼놓을 수 없는 현상이 바로 '썸'이라는 건데요. ‘뭔가 있다’는 뜻의 영어 ‘something’ 에서 가져온 말로, 아직 완전히 연인은 아니지만 뭔가 비슷한 감정이 있는, 살짝 애매모호한 관계일 때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런 썸의 상태에서 누군가 먼저 용기를 내고 고백을 하면 그때부턴 정식 연인으로 발전하는 거죠.
한국에서 보통의 20대 남자들이 고백할 때 하는 말은 '나 너 좋아해' '우리 사귈래?' '오늘부터 1일하자' 등등의 달콤한 표현들이 있습니다. 고백 얘기가 나왔으니, 질문자님께 북한청년들의 고백 방법에 대해 알려드려야겠어요. 10에 8명은 이렇게 합니다. “나는 너를 좋게 생각하는데 넌 날 어떻게 생각하니?” 다들 한번쯤 해보셨죠? 그런데 상당히 좀 딱딱합니다.
북한에선 결혼할 사이라도
길거리에서 뽀뽀했다간 잡혀간다 ?
애정표현 방식도 좀 더 설명을 드리면 두 사람만 있을 때는 알 수 없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표현에는 남북이 확실히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북한에선 남녀가 대낮에 손을 잡고 길거리를 다니는 것이 조금 눈치 보이긴 하고요. 그리고 결혼할 사이 정도는 돼야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다 생각하는 청춘남녀도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정표현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길거리 뽀뽀같은 건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겠지만 정말 길거리에서 했다간 잡혀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래서 안고 싶고, 만지고 싶은 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본능적이고 정상적인 마음입니다. 반짝반짝 빛나고 열정 넘치는 청춘 시절에 북한 청년들도 솔직한 감정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문화, 그렇게 남녀간에 나누는 애정표현들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며 예쁘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북한사회에 확산되길 바라며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