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는 30대 회사원입니다. 오래 전부터 각 사회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학교 폭력 문제, 최근엔 드라마 더 글로리가 인기를 끌면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주목하고 있더라고요. 혹시 북한에도 학교폭력이나 왕따같은 문제가 있나요?”
(음악 up & down)
남북한 사회 양쪽에서 10년 넘게 살아본 결과 사람 살아가는 모습들이 크게 다르진 않은 듯 합니다. 먹고, 자고, 울고, 웃고, 세상 어디든 기본적인 삶의 형태는 비슷할 겁니다. 그리고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비슷한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를 얘기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바로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왕따', '학교폭력' 문제입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선 아주 유명했던 체육 선수가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알려지면서 체육계에서 퇴출되는가 하면, 유명 배우 역시 '학교폭력'을 저지른 일이 알려지면서 출연하기로 한 영화에서 하차하는 등 '학교폭력'이 한국사회에서 근절해야 할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전에 ” '왕따'를 북한말로는 뭐라고 하나요? “라는 질문도 받은 적이 있는데요. 북한에도 분명 존재하는 문제라 잠시 기억을 되짚으며 '모서리'? 라는 말을 떠올렸었죠. 제가 청진에서 학교 다닐 땐 여러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일을 '모듬개' '모서리'같은 말로 표현했습니다.
용어에선 좀 차이가 있지만 확실한 건, 여러 사람이 누군가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일, 그리고 그런 괴롭힘 당하는 사람이나 상황들이 북한에도 분명 있다는 겁니다. 한국에선 여러 명의 학생이 한 학생을 따돌리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그러니까 언어로든, 통보문으로든, 또는 폭력으로든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모두 합쳐서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경험한 '학교폭력'은 당한 사람에겐 엄청난 상처가 돼 평생 마음의 병이 되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요즘 한국에서는 인터넷 상에서의 여러 소통공간들이 활성화되면서,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폭로하고 알리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 '더 글로리'가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다루면서 태국의 한 배우가 학교 폭력에 대해 공개 사과하는 등 이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오늘 질문자 분은 북한처럼 사상 교육을 계속해서 하고, 조직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곳에서도 왕따나 학교폭력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궁금해 하신 것 같습니다.
제 대답은 '사람 사는 사회 어디나 비슷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맥락은 많이 다를 수 있는데요. 북한은 어쩌면 교육 체계나 또 학교의 규율과 선생님들의 교육방식 등이 왕따나 '학교폭력' 같은 문제를 더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학교 2학년부터 매주 하게 되는 생활총화에서의 '호상비판'은 공개적으로 많은 아이들 앞에서 한 명을 망신 주고 힘들게 하는 행위 중 하납니다. 모든 사고가 완성되지 않은 학창시절 아이들은 집안의 형편이 어렵거나, 그로 인해 학교 과제를 제때 하지 못하는 친구, 또는 신체적으로 약한 친구들을 '호상비판'의 단골 대상으로 삼기도 합니다.
또한 결석한 학생을 '1개분조' 단위로 집에 찾아가 데려오게 하는 체계때문에 학생들은 결석한 친구 집 앞에서 동네 떠나갈 듯 이름을 합창하며 학교로 같이 가자고 외치게 되는데요. 이런 행동이 집에서 이 상황을 맞이한 친구에게 얼마나 큰 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가져다 주는 행동이었는지를 저 역시 그때는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엔 학교폭력을 저지른 가해자의 경우 정학이나, 전학, 그리고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겨 대학교입학이나 취업 등에 반영되도록 하는 등의 여러 처벌 방안들이 있습니다. 어렸을 땐 타인이 주는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잘 모릅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왕따나 폭력같은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하죠. 청소년기는 자신의 행동의 결과에 대해 완전히 자각하지 못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부정적인 마음이 누군가를 상처주는 방식으로 표출되지 않도록 학교나 가정에서는 어떤 교육들이 이뤄져야 할지 어른들이 함께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