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아이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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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안녕하세요. 저는 19살 박주미라고 합니다. 사실 지금 10대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존재들은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북한에도 아이돌이 있는지, 있다면 한국만큼 아이돌이 인기가 많은 지도 궁금합니다.

아이가 둘 아니구요. 아이돌입니다. 아마 한국의 문화를 영상을 통해 많이 접해 보신 분들은 알아들으셨겠지만 대부분의 분들은 '아이돌이 뭐지?' 하시겠네요. 정확한 어원은 그리스어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영어로는 우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현재에는 주로 10대, 20대의 청소년과 청년들로 구성된 가수조를 칭하는 말로 쓰입니다.

혹시 소녀시대, 원더걸스, 슈퍼주니어... 이런 한국 가수조의 이름들 들어보셨을까요? 보통 10대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사람들이 몇 명씩 모여 한 조를 이뤄 활동하게 되는데요. 이들을 바로 아이돌 가수, 또는 여러 명이 한 조로 활동한다고 해서 아이돌 그룹이라고 부르고 있고 이들의 음악을 아이돌 음악이라고 합니다.

아이돌 그룹은 대부분 노래와 춤에 재능 있고, 또 외적인 아름다움까지 갖춘 소년, 소녀들로서 가수들을 전문적으로 키워내는 회사를 통해 발탁되는데요. 보통은 정식 아이돌 가수가 되기 몇 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춤과 노래 등 교육을 받고 나서야 정식 아이돌그룹으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원래도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데다 가수로서 필요한 준비들까지 갖추다 보니 그야말로 10대, 20대 젊은 사람들에겐 우상처럼 여겨질 수 밖에 없는데요. 귀엽고 상큼하게, 또는 박력 있고 멋지게 춤추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음악이 귀만이 아닌 눈으로도 즐기는 예술이구나 실감하게 됩니다.

사실 저는 처음엔 한국에 왔을 때 아이돌 가수들의 춤과 노래에 소리지르며 열광하는 소년소녀들의 모습을 보고 좀 충격을 받긴 했었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 싶은데, 현지지도 나온 김정은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눈물까지 흘리는 북한의 소년단원들의 모습과 흡사해 보여 약간은 거부감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뭘 저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싶었거든요. 하지만 저 역시 지금은 아이돌의 재능과 끼, 열정에 감탄하며 그 인기와 영향력을 인정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한국의 아이돌 그룹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요. 혹시 북한에서도 들어보셨을까요? 7명의 남자들로 구성된 방탄소년단이라는 아이돌그룹은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음악순위에서 세계적인 가수들과 경쟁해 1위를 하는가 하면 전 세계 나라에 그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그러니까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한국의 문화적 위상은 더 올라가고,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로 이어져 기업 수출이 증대되는 등 아이돌그룹으로 인해 발생한 문화적, 경제적 효과는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북한에도 이렇게 엄청난 인기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10대들의 우상 아이돌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드려야 하는데, 한국에서의 아이돌이 어떤 의미인지를 앞에서 쭉 설명을 했으니, 이미 답은 나온 것 같습니다. 북한에는 김씨 일가 외에 그 어떤 우상도 있을 수 없죠. 당연히 10대들의 우상인 아이돌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북한에서도 10대부터 전문적인 예술교육을 받는 재능 있는 소년소녀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체제에 대한 선전, 김씨 일가 우상화를 위한 활동의 소모품으로 사용될 뿐 정말 그 나이대에 맞는 문화와 정서를 음악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예술활동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비슷한 연령대에서 공감을 얻거나 우상급의 인기를 누리는 것 또한 불가능한 구조인 거죠.

10대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고 감수성 또한 엄청나게 풍부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른이 되어가면서 느끼는 고민과 방황, 반항심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 그리고 설렘과 호기심, 열정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음악적, 예술적으로 풀어내며 비슷한 연령대의 청년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또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10대, 20대만의 예술활동이 북한에서도 가능해지게 되길 바라며 이 시간 마칩니다.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