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서 산불이 나면 어떻게 진압하나요?

0:00 / 0:00

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안녕하세요. 저는 김선영이라고 합니다. 며칠 전부터 한국엔 이례적으로 큰 산불이 났잖아요. 아까운 나무들이 불에 타고 주택들도 소실되는 모습을 보는데 참 속상하더라고요. 혹시 북한에서도 이렇게 큰 산불이 난 적이 있나요? 산불이 나면 바람 때문에 쉽게 번져서 빠르고 체계적인 화재진압이 필요한데, 북한에선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은 산림화에 성공한 국가입니다.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감탄하게 되는 부분도 모든 산을 뒤덮은 푸르른 초목입니다. 그런데 지난 4일 한국의 산에 큰불이 발생했습니다.

경상북도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원도 삼척까지 올라오며 무려 축구장 2만 3500배 정도 면적의 산림이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현재까지도 계속 불이 번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아 산의 나무와 낙엽이 바짝 마른 데다 어제까진 강풍까지 불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합니다.

산에 불길이 솟아오르는 당시의 장면이 CCTV, 그러니까 주변 카메라에 찍혔는데요. 희뿌연 연기가 먼저 올라오더니 불이 시작되는 모습이었습니다. 화재 신고 후 20분만에 소방차가 도착했으나 불길이 금세 산등성이까지 올라가면서 초기 진압에 실패한 것 같습니다.

이번 산불 진압에 90여 대의 직승기, 800대가 넘는 소방차, 그리고 1만6천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됐는데요. 바람의 방향이 계속 바뀌면서 여전히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까맣게 타버린 산의 모습을 텔레비전 영상을 통해 보면서 산에 가면 곳곳에 붙어 있었던 ‘산불조심!’ 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는데요. 불조심은 아무리 말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정말 중요한 부분임을 실감했습니다.

오늘 질문자에게 대답을 해줘야 하는데요. '북한에서도 큰 산불이 났던 적이 있나요?' 라는 질문엔 사실 정확한 대답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앞서서 제가 말씀드린 내용을 들어서 아시겠지만 한국에서는 산불이 발생하면 저 같은 일반인도 그 상황과 대응 등 여러 가지를 자세히 알 수 있도록 방송이나 신문, 인터넷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자세히 보도를 해줍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께 이렇게 정확한 수치까지 더해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인 거죠.

하지만 북한에서는 한번도 텔레비전이나 매체를 통해 산불이 났다는 내용을 보거나 들은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화재 규모, 대응방식, 현재 대응 진행상황, 결과까지는 알 길이 없는 거죠. 물론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어느 지역에서 불이 났었고 얼마나 피해가 있었다’ 라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여러가지 '카더라' 통신이 있긴 했지만, 그걸로 제가 오늘 이분에게 북한에 어떤 산불이 있었는지에 대해 답을 드리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또한 하늘에서 직승기가 물을 뿌리고 지름 30㎝의 원형 배관에 강한 압력을 가해 1분에 최대 7만5000L, 110m 떨어진 곳까지 물을 뿌릴 수 있는 첨단 소방 장비로, 소방차 26대와 맞먹는 방사포 시스템이 동원되고 소방차와 소방인력까지 완벽하게 구비된 한국의 화재진압 체계 앞에서 북한의 화재진압 체계에 대해 도무지 할 말이 없습니다. 동네에서 발생하는 가정집 화재마저 사람들이 모여들어 바께쯔로, 소래로 물을 퍼다가 꺼야 하는 처지라고 말해야 하는 현실이 힘드네요.

이번에 이렇게 큰 산불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중요하고 다행인 건 아직까지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인데요. 불이 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화재진압 체계와 장비의 확립은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일 겁니다.

오늘 산불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북한의 휑한 민둥산들이 떠오르는데요. 산불이 날 만큼 나무가 남아있는 산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난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산불이 나지 않더라도 북한의 나무들은 모두 가정집 아궁이에서 타고 있겠구나 싶어 씁쓸해집니다.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