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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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에 살고 있는 20대 후반의 남자입니다. 몇 주 전 제가 이 방송을 잠깐 듣게 됐어요. 북한에서는 국가가 직장을 배치해 주기 때문에 개인의 능력이나 의사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듣다가 문득 궁금해졌는데, 그래도 사람마다 선호하는 직장이나 직군 같은 것이 있지 않나요? 북한 대학생들이 졸업하고 가장 배치 받고 싶어하는 곳이 있다면 어떤 일을 하는 곳일지 궁금합니다. ”

(음악 up & down)

'북한에서 인기있는 직업은 뭐예요?' 전에도 이런 질문 받아봤습니다. 한국생활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생각해 보니까, 인생에서 직업은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일하는 환경, 일로 인해 만나게 되는 사람, 더 중요하게는 그 일로 얻어지는 로임까지, 사람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정말 중요한 요소들이 직업이라는 그 테두리에 꽤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거든요.

20대 후반의 남성 분이면 이제 갓 직장에 취업을 했거나 좀 더 늦어졌다면 지금 현재 직장을 찾고 있는 분일 수도 있겠네요. 본인이 직접 자신이 일할 직장을 찾고, 또 그 직장에 합격하는 것도 오로지 본인 몫인 여기 한국과 달리, 직장 배치를 모두 해주는 북한에선 청년들의 취업 고민이 없느냐는 질문에 답했던 방송을 관심있게 들으셨던 것 같네요.

한국에서 사람들의 직업 선택 기준은 여러가집니다. '당과 혁명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일자리는 과연 어디인가?!' 당연히 이런 건 절대 없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로임이 원하는 정도의 수준이 되는가, 직장 문화가 자유로운가, 혹은 이 일을 통해 보람을 얻을 수 있는가 등이 직업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 그 밖에도 누군가에게는 출퇴근 시간이, 직장의 위치가, 자유로운 복장이 직업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하죠.

뭐 직업 하나 선택하는데 배우자 고르는 것 보다 더 까다롭냐고요?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보통 한국의 회사원들은 아침 9시까지 출근해서 6시까지 하루 8시간 정도를 일하게 됩니다. 그렇게 일주일에 5일정도 출퇴근을 하죠. 생각해보면 하루 중 가장 활동적인 시간 대부분을 직장에서 동료들과 일을 하며 보낸다는 얘긴데요. 어디서 누구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얼마를 받는지가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어떤 직업을 선택할 지 고민을 많이 하는 이유는 그만큼 한국은 고를 수 있는 직장, 직업군이 참으로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제가 살아 보니, 듣도 보도 못한 직업이 너무 많아서 이래서 한국엔 '선택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제가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하고 싶은 일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고 참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자는 20대 중반 정도 되면 그저 시집가는 거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특히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는 북한에 살면서 떠올려보지 않았고, 더 중요한 건 한국에 어떤 직업들이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더더욱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죠.

한국에서의 직업 선택이 갖는 의미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전해드렸는데요. 이제 질문에 답을 해 드려야죠. 사실 현재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는 직업은 의사도, 변호사도, 아나운서도 아닙니다. 북한의 일반 근로자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건설 로동자이고, 여성들의 선호하는 직업은 식당 접대원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하긴 이렇게만 답하면 이해 안 되실 수 있겠네요. 현재 북한에서 가장 좋은 직군으로 꼽히는 건 단연 '외국에 나가서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어떤 일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일반 근로자의 경우, 해외건설노동자가 되길 원하고 여성들의 경우는 해외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를 선망한다는 겁니다.

아마 해외파견 북한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복지, 당에서 다 떼어 가고 얼마 남지 않는 임금 등에 대해 보도를 통해 알고 있는 한국사람들은 더더욱 이해가 어려우실 겁니다. 하지만 그 열악함은 한국사람 기준이고요. 그 정도 열악한 환경이라 할지라도,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임금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북한에 있는 것보단 낫다고 인식되는 곳이 바로 지금의 북한입니다. 오늘 역시 답을 드리다 보니, 씁쓸한 기분을 금할 수 없네요.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지금까지 함경북도 청진에서 온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