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30대 후반 남자입니다. 얼마 전부터 RFA 라디오를 흥미롭게 듣고 있습니다. 북한에선 국가가 직장을 배정해준다는 내용, 그리고 현재 남자들은 해외로동자로 나가고 싶어 한다는 내용도 인상적이었는데요. 문득 질문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남북이 통일이 되고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해진다면, 그때 북한에서 가장 유망한 직업은 뭐가 될까요?”
(음악 up & down)
대한민국에서 취업, 직업 관련 이야기는 비단 젊은층 뿐 아니라 거의 전 연령대에 이르는 큰 관심사인 듯 합니다. 자유로운 직업 선택이 가능하고 또 한번 취업하면 60대까지 쭉 이어지는 평생직장 개념이 거의 사라진 대한민국에서는 취업을 했다가도,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하기도 하고, 또 연로보장(정년퇴직)을 받으신 분들도 인생 이모작이라며 60대에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 취업전선에 나서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관련 분야에 아직까진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는 북한이라 오늘 질문에 대해선 그저 유추해보는 것에 불과하긴 하지만, 미래에 일어날 일 역시 어쩌면 현재 여러 가지 상황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결과물이라 할 수 있기에 최대한 현재의 북한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 그리고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 와서 어쩌면 통일 후를 먼저 살아본다고 할 수 있는 탈북민들의 이야기로 답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현재 북한에서는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해외 로동자나 해외 식당 종업원 같은 해외파견 일자리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하지만 해외파견 로동자 역시도 토대가 좋아야 뽑힐 수 있는 일자리라, 이런 곳을 기대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 입니다. 그래서 현재 상황에서 보통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로동의 강도가 낮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대에 나간 여군들의 경우 교환수를 선호하고, 돌격대에서도 돌을 조금이나마 덜 나르기 위해선 선전대나 식당 근무를 하길 원하고, 남자들은 택시 운전수같이 몸을 가능한 많이 움직이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직업들을 찾고 있습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직업이 사실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3만여 탈북민들의 직업 역시 천차만별입니다. 단, 제가 경험에 비춰 단편적으로만 말씀드리면 남성들의 경우 역시나 택시나 화물트럭 등의 운전수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고, 여성들의 경우 간호사를 직업으로 많이들 선택하는데요. 북한에서부터 늘 기술이 있어야 먹고 산다고 배운 저희 세대는 간호사가 안정적이면서 로임도 높고 또 앞으로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도 이어갈 수 있는 직업이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통일이 되고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진 북한...' 그저 말만 했는데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 느낌입니다. 북한이 그런 사회로 변한다면 아마 전 세계의 많은 자본이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겠죠.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제대로 된 도로를 만들고, 상하수도를 정비하고, 집과 건물을 짓는 등 대규모 건설사업들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모든 건설을 손으로 직접 해왔던 기능공들이 그땐 제대로 된 로임을 받으면서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되겠네요.
그런데 사실,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북한에서 유망해질 직업은 정작 북한 사람들보단 한국 사람들이 더 많이 갖게 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사'자가 들어간 직업으로 공부를 많이 해야 될 수 있는 직업, 바로 변호사와 성형외과 의사이기 때문이죠.
법보다 주먹이 앞섰던 북한 사회에서 대한민국에 오고 보니, 많은 탈북민들이 자신이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을 그저 넘기지 않고 신고나 법의 심판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꽤 많다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젊은 여성들의 경우, 어느 정도의 돈을 모으게 되면 꼭 성형외과를 통해 외모를 개선하려는 경우 역시 정말 많거든요.
사실 지금 이 순간도 북한 사회에서의 억울함을 꾹꾹 누른 채 살아내고 있는 분들 많으실 텐데, 아마 법으로 그동안의 국가권력의 횡포를 심판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법정 앞에 나서게 될지, 가끔 이런 생각을 떠올리며 오싹해지는 느낌마저 받게 됩니다. 오늘 방송 듣고 계신 분들은 자유로운 통일 국가가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여러분께 질문드리며 오늘 방송 줄이겠습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