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봄만 되면 꼭 듣는 노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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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안녕하세요. 저는 이세진이라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제 봄이구나... 느끼는 순간이 라디오에서 봄노래들을 들을 때인 것 같아요. 봄노래 특유의 싱그러운 느낌 때문에 두근두근 하고 연애하고 싶어지고 그러던데요. 북한에도 봄에 대한 노래가 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북한의 유명한 봄노래 한 곡 알려주세요.

맞아요. 저도 요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봄노래에 이제 진짜 봄이 왔구나 실감합니다.

한국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그 계절을 노래한 곡들이 정말 많습니다. 라지오에선 어김없이 봄이면 싱긋한 꽃향기가 느껴질 것 같은 사랑스러운 노래가 흘러나오고 여름엔 파도소리가 막 들리고 바다가 연상되는 시원한 노래, 가을엔 차분하고 우수에 젖은 감성을 담아낸 노래, 그리고 겨울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서정적인 노래들까지... 라지오에서 주로 들리는 음악만으로도 그 계절을 느끼기에 충분할 정돕니다.

사계절 중에도 특히 봄을 노래한 곡들이 많은데요.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잖아요. 차갑던 바람이 산들바람으로 바뀌고 겨울 내내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던 나무에 푸릇푸릇 새싹들이 올라오고 여기저기 울긋불긋한 꽃들이 피어 오르는 이 예쁜 계절은 예쁜 노래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감성을 전달해주는 듯 합니다.

좋은 봄노래들이 너무 많은데 말로 설명하긴 어려울 것 같아서, 오늘은 먼저 한국의 봄에 대한 노래들 짧게나마 몇 곡을 들려드리면서 봄노래 특유의 분위기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인서트 (봄노래)

로이킴-봄봄봄

유주-우연히 봄

버스커버스커-벚꽃엔딩

로이킴의 봄봄봄, 유주의 우연히 봄, 그리고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까지 남한의 대표적인 봄노래 3곡을 짧게 들으셨습니다. 듣고 나니 한국사람들이 '봄'이라는 계절에 갖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느껴지셨을까요? 봄노래의 주제가 대부분, 꽃, 봄바람, 연애, 사랑인데요. 이 계절에 갖게 되는 보통 사람들의 보통 감성이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 북한의 유명 봄노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산과 들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건만” 가곡이면서 대표적인 북한 성악 발성 기본 연습곡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생각나는 곡은 “꽃 사시오. 꽃 사시오. 어여쁜 빨간 꽃~” 입니다.

봄과 꽃에 대한 노래인데 너무 애절하고 슬프네요. 즐겁고 신나고 설레는 느낌의 한국의 봄노래완 분위기부터가 확연히 다릅니다. 봄을 대하는 남북의 감성이 달라서인 걸까요?

사실 저도 지금 봄의 싱그러움, 설렘 이런 말들을 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에서 살 땐 한번도 ‘참 예쁜 계절이다, 꽃이 정말 예쁘고 바람과 햇살이 너무 좋다’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저의 답은 “북한엔 특별히 계절 노래가 없습니다. 봄과 관련된 유명한 곡도 알려드리고 싶은 것이 없습니다” 입니다. 보통의 사람이 오감의 감각을 충분히 느끼려면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돼야 할 겁니다.당장 배고픈 음악인에게 진달래는 아름다운 꽃이기 보단 허기를 달랠 음식 정도로만 보이게 될 테니까요.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