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20대 남자입니다. 오늘이 만우절이더라고요. 잊고 있다가 친구한테 온 장난 문자에 깜빡 속았었는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북한에도 만우절이 있나요?”
(음악 up & down)
한국엔 기념일이나 소소한 명절들이 많다고 전에 말씀드렸었죠. 물론 달력에 빨간 날로 표기 되는 명절은 아니지만, 만우절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즐기는 날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오늘 질문 주신 분은 만우절 통보문으로 어떤 내용을 받으셨는지 궁금하네요.
4월 1일 만우절은 ‘거짓말 하는 날’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니까 장난이나 그럴 듯한 거짓말로 상대방을 웃게 하거나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 용인되는 날입니다. 그렇다고 정도가 지나치면 안 되겠죠.
만우절의 기원에 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프랑스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일반적입니다. 지금의 양력 달력인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은 3월 25일을 새해로 여겨 4월 1일까지 축제를 열었다고 하는데요. 그러다 1564년 프랑스의 샤를 9세가 그레고리력을 수용하여 1월 1일을 새해로 하는 달력을 채택했는데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은 ‘거짓 새해’가 돼버린 4월 1일을 여전히 경축하고 기념했다고 합니다.
이에 분개한 샤를 9세는 ‘거짓말 새해’를 경축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고 닥치는 대로 형벌을 내렸다고 하는데요. 그 중엔 10대의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충격을 받은 프랑스 사람들은 국왕에 대한 항의와 이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그 후에도 매년 4월 1일이 되면 세간의 눈을 피해 ‘거짓말 새해’를 기념했는데 이것이 만우절의 시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만우절은 유쾌함이 더해졌죠. 사실만을 보도하는 방송에서 거짓 보도를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만우절인데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BBC 방송에서는 1957년, 서양식 양념국수인 ‘스파게티’가 열리는 나무가 있다며 나무에서 스파게티를 수확하는 장면을 만우절 기념으로 내보냈다고 합니다. 덕분에 스파게티 나무의 재배법을 알려달라는 많은 사람들의 전화로 방송국이 한동안 몸살을 앓기도 했다는데요. 그럼에도 BBC 방송은 그 후에도 거의 해마다 기발한 만우절 장난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즐겁게 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도 친한 친구나 동료 사이에 다양한 거짓말 문자를 주고받으며 즐기는 문화가 있는데요. 청춘남녀들에겐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상대에게 가볍게 마음을 전하기 가장 적당한 날이 돼 주기도 합니다. 고백을 하고 싶긴 하지만 했다가 괜히 차이고, 사이가 어색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될 땐, 이 만우절을 이용해 통보문을 보내는 겁니다. ‘나 너 좋아해’, ‘우리 사귈래?’라고 말이죠. 상대도 마음에 있다면 덥석 그 고백을 받아들일 것이고, 혹시 상대가 거절하더라도 바로 ‘농담이야~ 오늘 만우절이잖아’ 이렇게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거든요. 물론 부작용도 생깁니다. 거짓말을 워낙 많이들 주고 받는 날이라 진심으로 고백했는데도 상대방이 만우절 거짓말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
만우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북한 동포분들에게 하고 있는 것만 봐도 북한 동포분들은 만우절에 대해 거의 모르시는구나… 하고 질문자 분이 답을 얻으셨을 것 같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내년 4월 1일 만우절이 되면 누구에게 어떤 내용의 통보문을 보내고 싶으신가요? 저는 내년 4월 1일에는 북한 동포 여러분의 전화로 질문을 받았다는, 그런 만우절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