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1살이고요. 현재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고, 전공은 경영학입니다. 그런데 제가 대학교 생활 중 최근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건 동아리 활동인데요. 사진동아리를 하고 있거든요. 사진에 관심있는 친구들과 자연풍경부터 사람, 음식 등 주말마다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요즘은 전공을 바꿔야 하나 싶을 정도로 사진찍기에 푹 빠져있습니다. 혹시 북한의 대학교에도 동아리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동아리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음악 up & down)
경영학을 전공하고 계시고, 동아리 활동은 사진을 찍고 계시군요. 사진찍기에 빠져서 공부를 등한시하고 있는 건 아니죠? 저도 모르게 괜한 잔소리부터 시작하게 되네요.
저는 여기 한국에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했는데, 성균관대학교에도 사진동아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 동아리 학생들은 망원렌즈가 달린 엄청 큰 사진기를 목에 걸고 사진 찍으러 다니던데, 저는 처음에 보고, 학교에 무슨 젊은 사진사들이 저렇게 많나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요즘은 지능형 손전화기의 카메라 기능이 워낙 좋아서 딱히 큰 카메라를 따로 사지 않아도 지능형 손전화기만 가지고도 사진 동아리 활동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학교에는 다양한 동아리 모임들이 참 많습니다. 처음 대학교에 입학하면 한동안 학교 안 야외에 하얀 천막을 치고 학생들에게 무슨 전단지 같은 걸 나눠주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바로 각 동아리들마다 자신의 동아리를 알리고 같이 활동하기를 권하는 홍보활동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1학년 신입생들은 처음에 이 동아리, 저 동아리 가보면서 관심이 더 가는 동아리를 선택하게 되죠. 동아리엔 2학년, 3학년 선배들이 있어서 처음엔 얼마나 반겨주고 살뜰히 챙겨주는지 마음 따뜻했던 기억이 나네요.
대학교마다 동아리 모임들이 워낙 많아서 다 나열하기조차 쉽지 않은데요. 일단 종교활동을 같이 하는 종교 동아리의 경우 어느 학교나 거의 대부분 있는 것 같습니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이곳 한국에선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 동아리 활동을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하고 있죠. 또 오늘 질문자 분처럼 사진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사진 동아리나 맛집을 탐방하는 맛집 동아리, 별을 보러 다니는 천체 동아리 등은 전통적인 동아리에 속하고요.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동굴탐험 동아리, 한복 동아리 등 '거기서 뭐하는 건데?'라는 질문이 나오는 특이한 동아리들, 재미있는 동아리들이 정말 많습니다.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의 경우는 교내 떠도는 길고양이들을 돌보거나 구조하는 일을 하고요. 동굴탐험 동아리는 문명이 닿지 않은 천연동굴을 탐방하러 다니고, 한복 동아리에서는 한복의 대중화를 꿈꾸며 한복을 입고 전통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답니다. 그렇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취미를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거죠.
사실 북한엔 동아리라는 말은 없는데, 앞의 얘기들을 쭉 듣다 보니, 청취자분들도 동아리활동이 뭔지 대략 감이 오셨죠? 간단히 말하면 관심사나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의 모임을 말합니다. 가장 비슷하게는 북한의 소조 활동을 들 수 있겠네요.
손풍금 소조, 축구 소조, 글짓기 소조 등 북한에도 수업이 끝난 후 이뤄지는 소조 활동들이 있죠. 물론 모든 학생이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취미가 있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 소조 활동에 적합하다고 학교에서 판단하는 학생들만 뽑혀서 소조 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비슷한 듯 하지만, 사실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 한국에서의 동아리 활동의 핵심은 개개인의 관심사, 그리고 자율, 이 두 가지인데요. 북한의 소조활동엔 두가지 다 없거든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나서 즐겁게 놀면서 진행되는 한국의 동아리 활동과 달리 북한의 소조 활동은 철저히 학교 내에서 선생님들에 의해서 하나의 조직처럼 운영되게 되죠. 또 활동 내용들을 학생들 마음대로 정할 수도 없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답을 듣고 오늘 질문자 분은 아마 '그렇게 동아리 활동도 제대로 못하면 너무 불편하고, 대학교 생활 자체가 재미없을 것 같아요'라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태어나서부터 대부분의 자유를 억압당한 채 살아온 북한의 대학생들은 정작 불편하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 왠지 답변을 하다 보니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