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2022년 4월 18일 받은 질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영준이라고 합니다. 저는 유튜브를 통해 탈북민 분들의 영상을 많이 보고 있는데 저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탈북민들이 '너무 좋았다, 감동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혹시 진행자 분도 한국 살면서 ‘이건 정말 좋다’ 느꼈던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음악 up & down)
아.. 오늘 같은 질문도 탈북민들은 평소에 참 많이 받게 되는 질문 중 하납니다. “한국에 오니까 좋아요?” “뭐가 제일 좋아요?” 뭐 이런 질문들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여러분 유튜브라고 들어보셨죠?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데요. 누구나 자신이 찍은 영상을 올릴 수 있고,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올린 다양한 영상들을 볼 수도 있는 그런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여기 들어가서 '탈북민' 또는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단어만 쳐봐도 엄청나게 많은 관련 영상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가장 좋은 것 5가지', '처음 소고기를 먹어본 북한사람의 반응' 등등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이나 생각들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는 영상들인데요, 제목만으로도 한국생활에 대한 탈북민들의 만족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저도 영상들을 봤는데, 보통의 탈북민들이 느끼는 것이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24시간 365일 끊기지 않고 들어오는 전기, 그리고 수도꼭지만 틀면 바로 콸콸 쏟아지고 겨울에도 목욕이 두렵지 않게 나오는 뜨끈뜨끈한 물… 한국사람들은 당연하다고 느끼는 물과 전기만 해도 탈북민들에겐 엄청난 감동으로 다가오거든요.
저는 요즘도 참 감동이다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요. 인터넷을 통해서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다 보니, 대부분의 물건을 ‘택배’를 통해 배달 받게 되는데, 집 문 앞에 두고 가도 잃어버릴 걱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지방에 일 때문에 며칠 집을 비웠다가 돌아왔을 때 집 문 앞에 그대로 안전하게 쌓여있는 택배지함들을 보고 있으면 '와... 정말 좋은 세상이야' 새삼 이런 혼잣말을 하게 되더라고요.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느끼는 좋은 점들을 얘기하자면 아마 밤을 새도 모자랄 정도일 겁니다. 하고 싶은 말 하고 살고, 보고 싶은 것 마음대로 봐도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절대 어디 끌려가거나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또한 밤에도 대낮처럼 환하고, 치안이 안전해 밤거리가 무섭지 않다는 것, 또 뭐가 있을까요. 아, 제일 중요한 걸 얘기 안 했네요. 전 세계 어디든 마음껏 여행 다닐 수 있다는 것. 이건 뭐 북한에선 절대 알 수 없었던 행복이죠. 그러고보니, 여행의 자유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모든 권리와 자유를 만끽하게 되면서 오는 아주 깊고 충만한 행복들이 모두 한국에서 느끼는 좋은 점들일 텐데, 탈북민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런 감정을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은가 봅니다. 직접 영상을 제작할 만큼 말이죠.
사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잖아요? 너무 좋고 행복했던 순간도 계속 이어지고 익숙해지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해 더 이상 그것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탈북민들은 다른 것 같아요. 한국생활을 하면 할수록, 이곳에서의 경험이 많아질수록, 매순간 북한을 떠올리고 그곳에서의 생활과 비교하게 되고 그러면서 정말 다행스러움과 감사한 마음들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가끔은 많은 것들에 익숙해져서 음식 투정을 하기도 하고, 아파트 승강기가 멈추면 불편함을 토로하고 차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조금만 길이 막혀도 신경질 낼 때도 있지만, 이내 과거 북한 생활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반성하고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게 되거든요.
오늘 질문자 분은 제가 한국에 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고 느꼈던 점에 대해 궁금해 하셨는데, 한국생활 10년이 넘어도 여전히 감동적이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선진화된 사회구조와 체계라고 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완전히 모든 사람에게 똑같지는 않겠지만 토대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기회가 생기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고, 기회를 잡은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 법이 국민을 보호하고, 착하게 사는게 나한테 이익이 되는 그런 상식적인 사회라는 것이 제가 한국사회를 살면서 지금까지도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답이 됐을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