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선 마약이 얼마나 퍼져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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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남자입니다. 요즘 들어 보도에서 마약 흡입이나 유통을 하다 적발된 사례들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잖아요. 대한민국이 더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게 된 것 같아 걱정이 되는데, 북한산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더라고요. 혹시 북한의 마약 실태에 대해서 알고 계신 게 있나요?”

(음악 up & down)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었던 질문이 결국 왔네요. 요즘 한국에선 마약 관련 보도들이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대한민국에서 생활한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요. 사실 그동안 마약 관련 얘기를 한번도 못 들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예인이나 재벌집 아들 같은 소수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비행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저 멀리의 일이라고 치부해왔던 거죠. 하지만 요즘 보도를 보면 나와 가까이에서, 그리고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생길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얼마 전엔 학생들이 많은 학원가에서 설문조사를 한다며 이름과 연락처 등을 적게 하고 음료수라며 마약을 탄 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일당은 마약 음료를 섭취한 학생의 부모를 상대로 마약을 한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테니, 돈을 보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는데요. 대낮에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마약청정국으로 불렸던 한국이라 일반 국민들의 충격은 더 큰 것 같습니다.

이제 북한사회의 마약 실태에 관한 질문에 대답을 해야겠죠. 사실 북한 사회의 마약문제는 한국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더 심각하게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1970년대 중반 스웨덴 대사로 재직하던 북한 외교관 길재경이 마약을 밀반입해 판매하다 스웨덴 정부로부터 추방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외교관의 경우 짐을 검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북한당국이 각국에 파견한 외교관들을 마약운반책으로 동원한 건데요. 통상적으로 외화는 수출이나 투자, 관광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유입돼야 하지만 북한은 통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밀리에 군사 무기나 군사기술, 마약, 위조담배, 위조달러를 수출하는 등의 비법적인 행위로 외화를 벌어들였던 겁니다.

오래전부터 북한은 마약의 생산과 유통, 판매를 국가가 주도했던 건데요. 당시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비법적인 행위가 어느 정도 축소됐다고 하지만, 이후 마약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와 맞물리며 인민들 속으로 파고들어왔습니다. 국가 단위로 마약의 생산과 관리를 담당했던 기술자들이 민간 영역으로 넘어와 북한 내 마약 확산에 일조하게 된 건데요. 이제 북한사회에서 마약은 진통제로, 생일축하 선물로, 살까기 용도로도 사용될 만큼 그 피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됐고, 이제서야 북한은 마약 관련 처벌규정을 만들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탈북민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실제 마약 단속 현장에선 현금이나 뇌물 등을 고이면 대부분의 마약사범들은 단련대 몇 개월 정도로 끝난다고 얘기하는데요. 특히 단속반이 회수한 마약을 다시 시장에 유통시키는 일도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마약은 이미 한번 시작하면 본인의 의지로는 끊기 어려운 중독의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독은 본인의 일상과 건강은 물론 가족의 삶 전체를 파멸로 이끌게 됩니다. 잠깐의 호기심으로도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바로 마약인 거죠. 북한 당국은 지금 북한사회의 마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철저한 현장조사를 통해 마약생산 시설, 원료 등에 대한 단속과 함께 이미 마약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인민들에 대한 치료와 재활까지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점, 현재 북한 마약 현황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 스스로에게 있다는 점을 정확히 인지했으면 합니다. 어둡고 불편한 부분이지만 오히려 더 눈을 크게 뜨고, 똑바로 바라보고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 북한사회 마약에 대한 이야기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