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영화엔 키스 장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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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 살고 있는 이동엽이라고 합니다. 제가 영화를 참 좋아라 하는데, 얼마전에 유튜브를 통해서 북한영화를 소개하는 영상을 봤습니다. 근데, 북한영화엔 애정신 같은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영화에 남녀의 키스신이나 애정신이 전혀 없다니 그게 무슨 재미가 있겠나 싶더라고요. 그런 북한영화를 북한사람들은 좋아하나요?”

(음악 up & down)

한국에서 영화인들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걱정하는 건 바로 영화가 흥행이 안 되면 어쩌나 하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열심히 만든 영화를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거죠.

한국에서 영화는 산업입니다. 영화는 많은 돈의 투자를 통해 만들어지게 되고 관객이 영화를 봐야만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북한과는 영화의 제작 단계가 많이 달라서 저 같은 일반인이 아는 상식 정도의 선에서 영화제작과정을 간단히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영화의 보통 제작 단계는 일단 시나리오(영화 대본)에서 시작됩니다.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자신이 생각했던 이야기를 영화화한 대본을 들고 투자처를 찾습니다. 시나리오가 흥미롭고 재미가 있겠다 싶으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돈을 내겠다는 투자처를 구할 수 있게 되죠.

한국에서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노동력도 쓸 수 없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죠. 카메라와 조명, 영화에 들어가는 의상, 소품, 그리고 지나가는 행인 역할을 할 조연들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그에 맞는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영화는 돈이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자본만 갖춰지면 영화는 일사천리로 만들어집니다. 어떤 검열이나 통제도 없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대중이 이 영화를 좋아하도록 할 것이냐’ 입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대중의 관심사부터 흥미를 느끼는 부분, 재미있어 하는 요소들을 찾아서 영화 속에 적절하게 녹여내게 되는데요.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가장 흔한 영화 주제 중 하나죠. 사실 전쟁통에도 사랑은 꽃 핀다는데,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려지는 영화 속에 사랑 얘기, 애정 장면이 없다면 팥 속없는 팥빵을 만든 격이 되겠죠.

이제 북한의 영화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당 선전일군 강습회에서 '영화는 감화력과 파급력이 제일 큰 사상교양수단이다' 라는 말을 했을 만큼 북한영화는 오래전부터 철저히 주민들의 사상교양수단으로 사용돼 왔습니다. 처음 기획단계에서부터 당의 목소리와 사상적이고 체제선전적인 내용이 제대로 담겼는지에 대한 검열이 수없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예술의 혼을 담았다가 사상이 불손하다며 혁명화 내려간 영화인들이 있었다는 건 북한에 사는, 살았던 사람에게는 모두 익숙한 얘기들이죠.

북한영화에 정말 남녀의 애정 장면이 전혀 없는지 그런 영화를 북한주민들이 좋아하는지 물으셨는데, 일단 북한에는 키스 장면, 다시 말해서 뽀뽀 장면은 없습니다. 그리고 손잡거나 아주 잠깐의 포옹 말고는 그 이상의 남녀 애정 장면은 북한영화에선 거의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사람들은 엄격한 통제와 단속 중에도 북한영화가 아닌 한국영화를 봅니다. 대중의 마음을 외면한 영화가 대중의 외면을 받는 건 당연한 현상이겠죠. 오늘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