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어린이날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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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전업주부입니다. 저는 5살된 아이가 있는데요. 이번 어린이날에 아이랑 놀이기구를 타러 롯데월드에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거의 떠밀려 다닐 정도였어요. 아이는 그래도 신나 하는데 저랑 남편은 녹초가 된 날이었는데요. 문득 북한에도 어린이날이 있는지, 있다면 북한에선 어린이날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합니다.”

(음악 up & down)

한국에서 5월은 여러 가지 기념일들이 참 많은 달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과 부부의 날 등 온 가족이 함께 할 기념일들이 참 많이 있죠.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념일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 “어린이날이죠”라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5월 5일 어린이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인데요. 대한민국에서 어린이날은 법정 공휴일, 빨간 날입니다. 국가가 공식 휴일로 정한 날은 직장들도 모두 휴식을 취하는데요. 부모들이 직장이 아닌 유희장이나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손잡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겠죠.

첫 어린이날은 지금으로부터 101년 전 남과 북이 함께 기념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아동인권 문화운동가셨던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를 아끼고 사랑하라는 마음을 담아 만물이 소생하는 5월의 가장 첫 날, 1922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선포한 건데요. 1939년 일제 탄압으로 중단되기 전까지 이날만큼은 완전한 어린이 해방의 날이었던 겁니다.

사실 100년 전 조선의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집안의 소유물로 여겨졌고, 어려서부터 집안일과 농사일, 생계를 위해 힘들고 고달픈 노동을 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방정환 선생은 어른들에게 아이들을 자기 물건같이 대하지 말고, 새로운 시대의 새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아이들이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받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이를 높여 부르는 말 '어린이' 라는 이름을 조선의 아이들에게 선물한 것이죠.

어린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1922년 5월 1일 발표된 어린이날 선언문을 잠시 읽어 드릴게요. “1. 어린이를 내려다 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십시오. 2. 어린이를 늘 가까이 하시어 자주 이야기하여 주십시오. 3.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십시오. 4. 어린이에게 수면과 운동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십시오.” 100년 전 모든 어린이가 차별없이 존중 받기를 바라며 방정환 선생님이 당부했던 내용인데요. 이 선언문은 세계 최초의 아동인권선언이었다고 합니다.

힘들었던 그 옛날, 누구보다 가여운 아이들을 위했던 방정환 선생의 마음이 느껴지고, 한켠으론 10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북한에 여전히 있기에 아동인권선언문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오늘 질문자 분이 북한에도 어린이날이 있냐고 물어보셨는데요. 네. 비슷한 날이 있습니다. 6월 1일 국제 아동절과 그리고 6월 6일 소년단 명절이죠. 어린이날을 어떻게 보내냐고 물어보셨는데, 참 답하기도 민망해집니다. 북한에서 모든 기념일이 그렇듯 행사가 진행되고 아이들은 그 행사에 동원되죠. 6월 6일 소년단 명절엔 소년단 가입을 위한 행사를 위해 그 전부터 소년단 선언문 암기로 분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국제 아동절엔 그래도 학교에서 체육대회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마다 하고 싶은 것이 다를 수 있는데, 각각의 아이들이 부모님과 자신이 원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늘 집단적인 행사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대한민국 어린이들을 보면서 '나도 여기서 어린이로 다시 살아보고 싶다'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어린이는 나라의 왕',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라고 북한도 그럴듯한 구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소학교에서부터 각종 노동에 동원되고 있고, 여유가 없는 사회에서 많은 아이들은 당연히 받아야 할 사회와 부모의 애정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린이를 아끼고 사랑하라는 100년 전 방정환 선생의 말, 사회와 가정에서 어린이는 오로지 충분한 관심과 애정으로 행복하게 성장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되새겨 보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지금까지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