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경상도 통영에 살고 있는 40대 주부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탈북민분들이 좀 계시더라고요. 지역행사 때 몇 번 뵀는데, 궁금하지만 혹시 실례될까 직접적으로 질문은 못 했었어요. TV보면 북한에 식량이 부족해 굶는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이 나오잖아요. 사실일까요? 정말 지금도 밥을 못 드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음악 up & down)
사실 탈북민분들이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을 꼽으라고 하면 이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나 젊은 사람들, 어린 친구들 중에서 더 많이 나오는 질문입니다.
한국에서도 60대분들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식량이 부족하고 먹고 사는 것 그 자체가 전부인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60대 이상 분들에겐 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느 정도 이해도 되고 받아들여지게 되죠. 하지만 나이가 4, 50대 정도만 돼도 믿기 힘들어 합니다. 지금같이 이렇게 발전된 세상에서 우리의 반쪽 땅 북한에서 사람들이 먹을 게 없고 굶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현실감있게 느껴지지 않는 겁니다.
또 한편으론 경제난으로 인해 영양실조, 신체발달 저하 등의 모습들을 영상으로 보면서 걱정과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죠.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에 탈북민들을 통해 제대로 묻고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정말 굶는 사람들이 있어요, 북한에? 지금도?'라고 말입니다.
북한을 떠나온 지도 십여 년, 이제 저도 궁금합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한국은 실제로 강산이 변했고 거리도, 사람도, 생활도 너무 많은 것들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변화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엔 여전히 하루 세끼 챙기는 것이 너무 힘든 분들이 계신 걸까요? 현재도 말입니다.
이곳에서 살아가면서 북한의 상황들을 종종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선명하게 지난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5, 6월 초까지 북한은 보릿고개가 실감날 정도로 가장 먹거리가 부족한 시기죠. 묵은 쌀, 작년에 담갔던 김치며 된장, 간장, 절임 채소들까지 모두 다 동이 나니 말입니다. 그나마 6월 감자가 나오면 조금씩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게 되죠.
딱 반으로 잘라진 한반도 지도를 보고 있으면 참 안타깝습니다. 여기 남쪽은 날도 따뜻한 데다 비교적 농사지을 평지도 넓어 북한에 비해 식량 수확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북쪽은 추운 날씨에 덤으로 온통 산으로 되어있고, 농사짓기 척박한 얼마 안 되는 땅에서마저 농기계 부족과 주체농법이라는 현실적 저해요소들까지 더해져 제대로 된 농사와 수확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북한에 굶는 사람이 있어요?' 이 질문에 여러분은 뭐라고 답해 주실 건가요? 탈북민들은 이런 질문이 실제로도 불편하고 난감합니다. 혹여 ‘굶는다, 먹을게 없다’라는 답이 북한사람 전체를 불쌍하고 동정해야 할 사람들로 만들고 여러분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각자 집안의 상황이 조금씩 다를 뿐, 내일 끼니를 걱정하고 하루 한끼나 두끼로 연명하는 분들이 여전히 계실 거라는 겁니다. 그런 북한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고 북한의 경제 개선과 인민생활 호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여기 와 있는 탈북민들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실제로 북한만 문을 열고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한다면, 언제든지 인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북한 정권이 아닌 인민들의 생활개선을 바라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개발과 군사적 도발을 멈춤으로써 외부의 경제적 지원을 받고, 또 군사무기 개발에 들어가는 돈이 인민생활에 돌려져서 강냉이 밥이라도 절대 굶지 않고 전 인민들이 하루 세끼를 걱정없이 해결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간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