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 살고 있는 50대 남자입니다.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한국에서도 대구는 대프리카라고 불릴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여름이 더 덥거든요. 저는 더위를 워낙 싫어하는 사람이라, 여름 중에도 제일 더운 7, 8월에는 될수록 밖으로 안 나다닙니다. 북한은 여기보다 위쪽이잖아요. 여름이 좀 덜 덥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북한사람들은 여름 더위를 어찌 이겨 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음악 up & down)
'대프리카?' 무슨 말인가 하셨죠? 대구광역시의 '대'와 더운 대륙으로 꼽히는 '아프리카'의 합성어입니다. 실제로 한국에선 대프리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다가 없는 대구는 여름에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덥다고 합니다.
이제 정말 '덥다' 소리 입에 달고 다니는 계절이 왔습니다. 이곳 남쪽은 지금 낮에는 기온이 30도를 넘어가기도 하면서 한여름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여름이 다가오는 게 싫을 것 같습니다.
북한에선 이곳 남쪽을 아랫동네, 따뜻한 남쪽나라라고 부르잖아요. 여러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실제 가보니까 거긴 어떠냐고… 따뜻하냐고, 아니면 힘들 정도로 너무 덥냐고 물어보고 싶으실까요?
앞뒤 설명 없이 한 마디로 답한다면 저는 '제가 살았던 함경북도 청진보다 여기 서울이 더 춥습니다' 이렇게 답할 것 같습니다. 후라이 치지 말라고요? 후라이 아닙니다.
아까 질문하셨던 분이 여름이 되면 너무 더워서 밖을 잘 안 돌아다닌다고 얘기하셨던 거 기억하시죠? 제가 춥다고 답한 거랑 같은 맥락입니다. 위도상에서도 아래에 위치한 이곳은 여름이 되면 북한지역보다 적으면 1, 2도에서 많게는 4, 5도까지 차이 날 정도로 기온이 높습니다. 오늘만 해도 제가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청진의 높은 기온은 26도인데, 여기 서울은 30도이니 밖에서 느끼는 더위는 이곳 한국이 훨씬 큽니다. 하지만 실내만 들어가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국에는 에어컨이 설치 안 돼있는 실내가 거의 없습니다. 가정집들은 물론이고, 기업소와 공공기관들, 학교는 물론이고 크고 작은 상점과 가게들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하철과 버스에도 에어컨이 설치돼 있습니다. 에어컨이 뭐냐고요? 선풍기가 그냥 바람이 나온다면 에어컨은 찬바람을 만들어 내보내는 전자제품입니다. 랭풍기라고 표현해야겠네요.
한국은 대부분의 실내에 랭풍기가 설치돼 있어 한여름에도 실내에만 딱 들어서면 순간 땀이 쏙 들어가고 온몸이 뽀송해집니다. 그리고 조금 더 있으면 춥다고 느끼게 되죠. 믿겨지실지 모르겠지만 오돌오돌 떨 정도로 추운 곳들도 꽤 많습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온도가 달라서 보통 더위를 많이 타는 분들에게 맞춰 온도를 설정해놓은 실내들도 있는 건데, 그래서 겉옷을 꼭 들고 다녀야 할 정도로 한국은 한여름에도 실내는 시원하거나 춥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여름 자체가 안 덥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기억해보면 함경북도 청진은 제가 살았던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바다가 있어 여름에 덜 덥고, 겨울에 덜 춥다’ 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적인 요인들로 전 세계의 온도가 조금씩 다 올랐다고 하죠. 가끔씩 북한의 기온을 검색해보곤 하는데, 한여름엔 30도 이상을 훌쩍 넘어설 때가 꽤 많더군요. 북한의 여름도 더 더워진 거겠죠.
오늘 질문자 분이 북한 주민들의 더위를 이기는 방법도 궁금해하셨는데,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이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은 역시 선풍기 앞에 앉아서 부채질을 하는 거죠. 전기가 들어온다면 말입니다. 제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에어컨이라고 하는 제품은 본 적이 없고, 지금 혹시 갖고 계신 분들이 있더라도 정전이나 전압의 문제로 편리하게 사용하기는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집 고를 땐 여름에 자연 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통풍이 잘 되는지가 중요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아이들은 부모님을 졸라 아이스께끼나 까까오를 사먹으며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게 되겠죠. 얘기하다 보니 북한에선 더위를 이겨내기 보단 그냥 몸으로 버텨내는 것 같습니다.
올해 여름도 어김없이 무더위가 찾아올 텐데, 한여름에도 야외로동과 행사에 동원될 주민들이 걱정입니다. 물도 자주 드시고 그늘에서 쉬어가면서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