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사람들은 진짜로 6.25를 북침이라고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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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인천에 살고 있는 30대 남자입니다. 엊그제가 6.25전쟁이 발발한 지 72년이 되던 날이었잖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6.25전쟁을 북한이 일으킨 남침전쟁이라고 알고있는데 북한에선 오히려 남쪽에서 먼저 침공했다고 교육한다는 걸 듣고 좀 놀랐었습니다. 북한사람들은 그럼 다들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믿고 계신 건가요? ”

(음악 up & down)

올해가 6.25전쟁이 발발한 지 72년째가 되는 해더군요. 우리 세대는 전쟁도, 전쟁 복구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세대죠. 특히 남쪽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이들에게 전쟁은 어쩌면 오래전 그런 일이 있었구나, 또는 영화 속에서 봤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할 겁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도발이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일반 주민들이 전쟁연습을 하거나 반항공훈련, 적위대 훈련을 하지 않는 이곳 남쪽에선 대부분의 순간들이 평화로운 일상들로 이뤄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해마다 6월이 되면 참혹했던 6.25전쟁에 대해 떠올려 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6.25전쟁을 우리는 동족상잔의 비극이라고 얘기하죠. 외세에 의한 침공이 아닌 동족끼리, 형제끼리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눴던 정말 비극적인 역사였습니다.

형은 남에서 국군으로, 동생은 북에서 인민군으로 전장에서 만나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형제도 있었을 테고, 부모님이 계신 곳을 향해 포탄을 쏴야 하는 군인도 있었을 겁니다. 남북 모두 아직 고등학생 나이의 어린 소년들이 총도 제대로 쏠 줄 모른 채 전쟁터로 나갔고 너무 어린 나이에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통계로 보는 6.25는 참혹 그 자체입니다. 남쪽 국군의 사망자수만 14만 명 정도, 북한군은 이보다 훨씬 많은 52만 명 정도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몇 십 만명의 유엔군과 중공군 등 수많은 참전국의 군인들이 타향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특히 민간인의 희생이 너무 컸는데요. 한국은 24만 명 정도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북한은 28만 정도의 사망자가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6.25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는 약 137만여 명, 하지만 집계되지 않은 죽음도 많습니다. 게다가 부상자의 수는 포함하지도 않은 건데요.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전쟁고아와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 수 십 만명에 달하고 전쟁으로 발생한 이산가족은 천만 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파괴된 도시와 삶의 터전들, 그리고 애써 모은 재산피해까지... 전쟁은 남과 북 일반 주민들의 일상과 삶을 완전히 파괴해버렸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선 이 참담했던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부르죠.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고한 이들이 많이 죽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부모형제를 잃고 삶이 무너졌는데 승리라니... 정말 7.27 승리의 노래를 따라 불렀던 제가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질문자 분 얘기처럼 북한은 이 참혹한 전쟁을 미국과 남조선 괴뢰도당이 일으킨 북침이라고 주장합니다. 유치원에서부터 그렇게 교육받고 '미국놈 때려부수기' 놀이를 할 만큼 미국에 대한 적개심과 복수심을 키워내고 있죠.

그래서 북한주민들이 정말 모두 날조된 그 역사를 믿냐고요? 아닙니다. 북한에도 깨어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침략을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반격하여 3일만에 서울을 함락하고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갔다는 북한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거짓인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쟁은 미국과 남조선이 계획적으로 일으켰다는 내용의 3부작 기록영화 '조국해방전쟁'과 예술영화 '붉은 단풍잎’ 등 북한이 공들인 영상물을 보면서 전쟁을 일으킨 전범들의 변명이 가상하다 생각하는 분들 또한 많이 있습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온 전력을 다해 인터넷을 막는 이유, 외부의 정보를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북한 주민 전체가 제대로 된 역사와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면 전쟁과 분단으로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 비극을 만든 장본인들은 분명 역사와 민족 앞에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