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한국에서 진짜 평양냉면과 비슷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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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대학생입니다. 여름이 되니까 특히 냉면을 많이 먹게 되는데, 제가 얼마 전부터 평양냉면의 맛에 빠져서 자꾸 생각이 나요. 한국에선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집들이 꽤 있잖아요. 혹시 그 냉면들 다 드셔보셨나요? 그렇다면 진짜 오리지날 평양냉면과 가장 가까운 냉면집은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음악 up & down)

이 질문을 여기서도 받게 되네요. 푹푹 찌는 폭염 속에 입맛이 떨어진다는 분들 계실 겁니다. 사실 여름엔 냉면 만한 음식이 없죠.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육수를 쭉 들이키고 있으면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올 정돕니다.

냉면은 참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 음식입니다. 고려 중기의 냉면을 기록한 고문헌에는 '찬곡수(穀水)에 면을 말아먹는다'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고, 이후 조선 중후기에 만들어진 문헌들에서도 냉면에 대한 기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평양냉면이라는 의미는 좁게 보면 평양근교, 넓게 보면 평안남도 일대에서 유래한 냉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 평양냉면이라는 간판을 걸고 냉면을 파는 곳들도 평양이 고향이었던 분들이 6.25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와 차린 식당이 대부분입니다.

쌀이 귀했던 그 시절, 메밀이나 감자전분 등을 반죽하고 국수틀에 쭉 눌러서 시원한 육수에 말아먹는 국수는 배고픈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고 또 고향을 두고 남으로 내려온 많은 실향민 분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는 그런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파는 평양냉면은 비교적 강냉이 국수 정도의 굵은 면발과 메밀을 사용해서 뚝뚝 끊기는 식감, 그리고 맑은 면수로 그 맛이 아주 밍밍합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음식 맛 좀 안다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이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TV를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지게 됐는데요. 현재 한국에서 평양냉면의 위상은 그저 배고픔이나 향수 이상을 넘어 고급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듯 합니다.

특히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로 평양냉면을 갖고 오면서 평양냉면은 이제 평화와 화합의 의미 또한 갖고 있는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2018년부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평양냉면의 인기는 급상승하게 됐습니다.

지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분들은 어느 지역에 살고 계실까요? 남한에선 평양냉면 말고도 함흥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제가 살던 함경북도 청진에서 농마국수로 불리던 것이 한국에서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농마국수는 감자전분을 사용해 아주 희고 가느다란 면발에 오이 등의 고명을 올린 시원한 육수로 되어 있죠. 여름이 되면 식당에 가서 작은 바께쯔에 면과 육수를 받아서 자전거에 싣고 집으로 가서 식구들과 함께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배달로도 많이 시켜드시죠?

평양냉면은 이곳에 와서야 맛보게 됐는데요. 한국에 있는 평양냉면집들은 저마다 ‘우리 식당이 가장 평양냉면에 가깝다’ 라는 얘기를 하지만 북한 사람이어도 평양냉면을 몇 번 먹어보지 못한 저는 그 맛을 평가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실 저도 실제로 평양냉면에 가까운 맛은 뭘까 궁금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평양에서 30년 이상 살면서 옥류관 국수를 많이 드셨고 또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탈북민들과 같이 서울의 평양냉면 식당들을 쭉 가봤는데요. 그래서 찾았습니다. 평양냉면에 가장 가까운 맛을 말입니다.

다행히 오늘 질문자 분께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탈북민의 맛 평가에 의하면 여러 평양냉면식당들 중에선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필동면옥이 가장 옥류관 맛에 가깝다고 합니다. 이건 단 한 분의 평가가 아니라 제가 평양냉면 좀 드셨다 하시는 탈북민 몇 분을 통해 확인한 내용인데요. 특히 이집의 냉면을 드실 때 꼭 양념을 풀어서 약간 국물을 빨갛게 해야만 옥류관 맛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합니다. 냉면을 좋아하시는 북한 청취자 여러분도 필동면옥의 맛이 궁금하시죠? 언젠가 남북이 왕래하게 될 때 필동면옥과 옥류관의 맛을 꼭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