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는 20대 남자입니다. 저는 자기 관리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평소에 식단 관리와 운동으로 몸도 만들고, 또 피부를 위해서 아무리 귀찮아도 아침, 저녁으로 크림도 꼭꼭 바르고 하거든요. 특히 요즘같은 계절에는 썬크림도 꼭 발라야만 외출을 하는데요. 북한에도 저처럼 외모 관리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남자분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음악 up & down)
아.. 썬크림을 꼭 발라야만 외출을 한다고요? 남자분이 피부관리에 정말 진심이시네요. 저는 아침에 세수하고 크림도 제대로 안 바르고 외출할 때도 있는데 반성하게 됩니다.
참, 썬크림이라고 하셨는데, 북한동포분들 중엔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햇빛에는 피부를 검게 그을리게 하고, 검버섯도 올라오게 하는 피부의 적 자외선이라는 것이 나오는데요. 이 자외선이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는 걸 막아주는 크림이 바로 썬크림, 다른 말로는 자외선차단제라고 불립니다. 특히나 여름엔 필수 화장품이죠.
오늘 질문에 대해서 답을 드리기에 앞서 북한 동포분들에게 질문에 담긴 내용부터 잘 풀어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식단 관리'라는 말도 북한에선 못 들어보신 분들 많으실 것 같거든요. 먹고 싶은 대로 다 먹는 것이 아니라, 살이 안 찌고 몸에 좋은, 건강한 음식으로 적당량을 조절해서 먹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디서든 손만 뻗으면 먹을거리가 잡히는 환경이다 보니,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위해선 먹고 싶은 거 다 먹었다간 금세 여러분들이 TV를 통해 많이 보시는 김 위원장 몸처럼 될 수 있거든요. 몸이 나면 보기에도 안 좋지만 움직임도 힘들어지고 숨도 가빠지고 여러 가지로 건강에 아주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 중엔 오늘 질문자처럼 식단 관리와 운동을 병행해서 예쁜 몸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특히 요즘은 자기관리에 진심인 남자분들이 참 많아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보도나 여러 가지 통계에도 관련 내용이 나오거든요. 오로지 남성들만 겨냥한 화장품 등 남성용품들이 더 많이 출시되고 있고 판매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일상에서도 여성들보다 더 피부가 매끈한 분들, 가끔은 분을 바르고 눈썹을 그리고 입술까지 바른 남성들을 거리에서 마주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돌아보거나 이상하게 쳐다보는 이가 거의 없다는 것에서 사회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니 요즘도 북한사회라면 '어디 남자가..' 또는 '기생오라비냐' 등등의 소리는 물론, 어른들한테 등짝 한 번 시원하게 맞고 외출금지를 당했을 지도 모르는 일인데 말입니다.
여기 남쪽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요즘엔 남녀의 역할을 흑백으로 정확히 나누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남자니까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하고... 그런 틀에 가두려고도 또 갇히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죠. 예쁜 얼굴보다는 자동차에 관심 많은 여성이 있을 수 있고, 시커멓고 각진 얼굴보다는 뽀얗고 부드러운 얼굴로 자신을 가꾸고 싶어하는 남자가 있을 수 있는 건데, 요즘 사회는 그런 개인들의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답을 드려야 할 텐데요. 북한에도 자기관리하는 남성들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실 것 같습니다. 오늘 질문에 대해 북한동포분들에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이유 역시 북한에선 아직까지 남자가 몸을 관리하고 피부를 관리하는 일 자체를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것. 그런 환경에선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혹여 있었다 할지라도 애초에 싹에서부터 이미 잘려 나갔을 거라는 겁니다.
문득 이 무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로동하면서 검게 그을려 있을 북한의 남성분들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몸 관리, 피부관리까진 아니더라도 건강관리는 꼭 잘 하시길 바라며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