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삼계탕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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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경상도 창원에 살고 있는 50대 주부입니다. 한국에선 복날 삼계탕을 많이 먹는데요. 저희 집에선 원래도 삼계탕을 좋아해서 내일이 중복이라 오늘 삼계탕 재료들을 사왔어요. 그런데 문득 북한에도 삼계탕이 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음악 up & down)

맞아요. 여기 한국에선 삼계탕 정말 많이들 드시죠. 특히 이열치열이라며 제일 덥다는 삼복에 후후 불어가며 뜨거운 삼계탕 국물을 드시더라고요.

저한테 삼계탕은 한국의 식당에서 먹은 첫 음식인데요. 탈북민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탈북배경 등 조사를 받게 되는 국정원에서 처음으로 외출해 부모님을 만났던 그날, 부모님은 저를 데리고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가셨는데, 삼계탕식당이었습니다. 먼저 이곳 남쪽으로 내려오신 아버지와 4년 만에 마주앉아 식사를 하는 거였는데, 너무 오랜만의 만남에 분위기가 살짝 어색했지만 굴하지 않고 삼계탕 한 그릇을 맛있게 뚝딱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때도 아마 삼복더위가 한창일 때였던 것 같네요.

오랜만에 만난 딸한테 사준 음식이니 고급음식인가보다 생각하실 수 있는데, 북한에서 먹었다면 당연히 최고의 한끼였을 겁니다. 고기 국물이었고, 게다가 닭 한 마리가 제 그릇에 통째로 들어가 있었으니 말입니다.

삼계탕은 어린 햇닭의 내장을 빼고 인삼이나 대추, 찹쌀 등을 넣고 푹 고아서 만든 보양 음식인데요. 주로 땀을 많이 흘리고 지치기 쉬운 삼복더위에, 특히 복날 몸보신을 위해 챙겨드시기도 하지만 삼계탕전문점도 있고, 삼계탕을 파는 식당들도 많다 보니 좋아하시는 분들은 평소에도 종종 드시는, 이곳에선 아주 대중적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죠.

북한에 살 때 영화를 보다 보면 특별한 손님이 왔을 때 꼭 닭을 한 마리 잡아서 상에 올리게 되죠. 밥상에 앉은 배우는 항상 닭다리를 먼저 잡아서 한입 크게 뜯는데,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저 사람은 참 좋겠다. 맛있는 거 먹으면서 연기를 해서... ' 그 생각에 영화에 집중을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닭은 그만큼 북한에서 일상적으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잖아요. 물론 대부분의 음식들이 다 흔하지 않지만요.

오늘 질문자 분은 북한에도 삼계탕이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북한엔 '삼계탕'이란 이름의 음식은 없지만 아주 비슷한 닭곰이 있죠. 닭곰 역시 닭의 속을 대충 비우고 안에 찹쌀이나 몸에 좋은 약재 등을 넣는 건 비슷한데요. 북한의 닭곰은 비교적 큰 닭을 사용하게 되고, 사기단지 안에 넣어 가마에서 끓여내게 되고 특히 국물을 그리 많이 두지 않는다는 것이 한국의 삼계탕과는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같은 더위엔 정말 몸이 쉽게 지칠 수 있는데, 닭고기와 찹쌀죽 한 그릇만 푸짐하게 먹어도 훨씬 기운이 보충이 될 겁니다. 한국에선 가정집들에서도 쉽게 삼계탕을 끓여먹을 수 있도록 다 손질된 닭과 부재료들이 포장된 채 상점에서 판매되는데요. 그래서 언제든지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습니다.

또 닭고기는 이곳에선 가장 흔하고 가격이 눅은 고기로 취급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닭고기 음식은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전에 뉴스에서 닭고기 가격이 올라 서민들의 밥상 물가에 부담을 준다는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는데, 저는 그걸 보면서 오히려 ‘그래도 한국은 서민도 고기를 일상으로 드시는구나’ 라는 생각에 문득 북한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아직 중복, 말복까지 무더위가 끝나려면 한참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꼭 좋은 음식들 챙겨 드셔서 몸보신 잘하시고 이 무더위를 잘 넘기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처럼 닭고기에 물을 많이 넣어 푹 고아내서 닭고기 국물까지도 드시면 훨씬 몸보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은 이만 인사드릴게요.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