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여름휴가 있어요?

북한 함경남도 원산시 송도원해수욕장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북한 함경남도 원산시 송도원해수욕장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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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여자입니다. 한국은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번 주말 친구들과 태국여행을 가기로 했는데요. 얼마 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인지 너무 설렙니다. 문득 북한에도 여름 휴가철이 있는지 궁금해졌는데, 북한사람들도 여름휴가를 이용하시는지, 주로 어디로 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음악 up & down)

그렇죠. 코로나로 한동안 어디 여행을 다니기가 쉽지 않았죠.

이맘때 한국에선 '여름휴가 어디로 가세요?' '휴가 언제 가세요?' 이 질문을 안부인사처럼 주고받게 됩니다. 그러다 8월 중순이 넘어가면서는 '휴가 잘 다녀오셨어요?, 어디 갔다 왔어요?' 이렇게 질문이 바뀌죠. 7월, 8월은 휴가 하나가 많은 사람들의 가장 큰 이야기거리가 됩니다.

전에 잠깐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한국사람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열심히 일하고, 놀 땐 또 신나게 놀고, 편안하게 휴식하는 그 각각의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죠. 하여 국가는 휴가를 법으로 정하고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하고 있고요. 기업 역시 충분한 쉼을 통해 기운 충전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근로자들의 휴가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여름휴가는 보통 평일 3~4일에 앞뒤로 토요일, 일요일 주말을 붙여서 9일까지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미리 계획을 세우고 회사에 자신이 휴가 떠날 날짜를 보고하면 됩니다.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가장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시기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이맘때면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공항이 사람들로 넘쳐나고, 또 국내여행을 가는 사람들로 고속도로에 차들이 가득해 어딜 가든지 평소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립니다.

햇볕이 뜨거워서 바닷물에 들어가 놀기도 좋고, 또 가장 덥기 때문에 일하기도 가장 싫은 시기여서인가 보다… 그저 그렇게만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앞선 이유에 더해 이때가 아이들의 방학이라고 합니다. 보통 결혼한 사람들은 가족과 여름휴가를 떠나기 때문에 아이들이 쉬는 시기에 맞추는 거죠.

저도 한국에 와서는 가족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꼬박꼬박 챙겼는데요.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국내도 이곳저곳 많이 다녔습니다. 세상은 넓고, 경험해보지 못한 새롭고 아름다운 것들은 정말 많습니다. '한국 오기 정말 잘했다' 이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순간이 가족들과 멋진 곳을 여행하며 행복한 순간을 보낼 때인 것 같습니다.

오늘 질문자 분은 북한에도 여름휴가가 있는지, 다들 여름휴가를 가면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셨는데요. 사실 저도 북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왔지만 '여름휴가' 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특히 여름휴가를 떠나본 적은 더더욱 없습니다.

제가 앞에서 한국사람들의 여름휴가에 대해 설명 드렸는데, 정말 그저 남 얘기처럼 들으신 분들이 대부분일 듯 합니다. 많은 탈북민들이 북한의 휴가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화를 버럭 냅니다. '매일매일이 300일 전투고, 700일 전투고, 게다가 교통편이나 있어야 어딜 떠나지!' 라면서 말입니다. 북한의 청취자분들은 지금 이 말이 가장 와 닿으시겠죠?

물론 북한에 휴가 자체가 없거나 근로자들이 휴가를 아예 쓸 수 없는 건 아니죠. '우리 친정집 문제'라는 80년대 영화를 보면 휴가를 받고 휴양 시설로 가는 부부의 모습이 나옵니다. 저처럼 그렇게 휴가와 휴양지를 영화 속에서나 봤던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고향의 물 맑고 경치 좋은 곳엔 모두 일반 인민들의 출입조차 제한된 김씨일가의 특각이 세워져 있으니까요.

지금 북한사람들은 가까운 계곡이나 바닷가에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술도 한 잔하고 노래 부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여름휴가다 하고 만족하실 겁니다.

북쪽은 이곳보다 기온이 낮아 어쩌면 환경적으론 여름휴가 즐기기에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함흥의 마전해수욕장이나 청진 앞바다에서 남북한 사람 모두 어우러져 여름휴가를 보내게 되는 그런 날이 언젠가는 오기를 바라며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