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아이들은 여름방학에 뭘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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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 안녕하세요 . 현재 초등학교 6 학년인 학생입니다 . 저는 지금 방학기간이라 늦잠도 자고 , 친구들과 게임도 하면서 수업이 있을 때보단 좀 그래도 재미있는 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 북한의 학생들도 여름방학을 보내는지 , 그리고 방학에 어떤 걸 하는지 궁금합니다 . "

(음악 up & down)

초등학교 6학년, 북한으로 생각하면 초급중학교 1학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남쪽은 소학교에 해당하는 초등학교가 6년제라 아직은 공부보다 그냥 친구들과 어울리며 노는 게 제일 행복한 그런 시기입니다.

그러고보니 본격적인 방학기간이 시작됐습니다. 이곳 남쪽에선 초등학교는 7월 21일부터 8월 30일까지, 중학교는 7월 20일 부터 8월 15까지 고등학교는 9월 19일에서 8월 16일까지라고 하는데, 실제로 방학의 시작과 마지막 날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합니다.

보통 그래도 한달에서 한달 반 정도의 방학을 보내게 되는데, 초, 중, 고 할 것없이 학생들 모두 얼마나 신날까요? 중학교 이후부턴 방학에도 학원 다니느라 바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TV도 늦게까지 볼 수 있고, 친구들과 모여 컴퓨터게임도 하고 방학을 맞아 부모님과 여행도 가고요.

교통이 불편해 여행문화가 거의 없는 북한에서 살 땐 그래서 다른 지역에 할머니가 있는 아이들이 부러웠습니다. 물론 할머니를 자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방학기간이 되면 아이들은 할머니집으로 몇 박 몇 일 기차를 타고 방학 내내 할머니댁에서 보낼 수 있었거든요. 살던 곳을 잠시 떠나 다른 지역이나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또 엄마 품이 아니라 뭐든 오냐오냐 해주시는 할머니와 함께 이런저런 추억들을 쌓아오게 되는데, 그걸 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아이들은 그 주변에 모여 앉아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은 북한 학생들의 방학기간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북한도 여름방학이 20~30일 정도가 됐던 것 같습니다. 방학에 남북한 아이들이 공통으로 행복해 하는 이유는 단연 늦잠이 아닐까요? 어렸을 땐 왜 그리도 잠이 많았는지, 늘 어머니가 몇 번을 깨우고서야 힘겹게 일어나 학교로 향했었지만 방학에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도 어머니의 꾸지람을 듣지 않아도 됐습니다.

그리고 탈북민들에게 '북한에서 방학기간하면 뭐가 먼저 생각나요?' 라고 물으면 단연 방학숙제 얘기가 먼저 나옵니다. 교과서 위주로 내주시는 건데, 학교마다, 수업마다 범위나 숙제 양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방학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정말 최대 방해꾼이었죠. 고등학교 때부턴 과목 선생님들과 협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양을 줄여 주시면 다음학기 수업 때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다짐을 보여드리면서 말이죠.

여기까진 남북이 비슷한 듯 한데, 좀 다른 점도 있습니다. 지금 듣고 계신 청취자분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북한 학교엔 비상연락망이 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반장에게, 반장이 학습반장들에게, 학습반장이 조원들에게 연락하는 체계죠. 이 체계는 비상연락망이지만 북한은 늘 비상시라 그런지 자주 가동됩니다. 그래서 이 비상연락망을 통해 학교에서는 방학기간에도 아이들을 불러내는데요. 이유는 다양합니다. 학교 청소, 그리고 각종 동원 등이 있죠. 가끔 비상연락을 아예 안 받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러면 학습반 별로 아이들을 데리러 집을 찾아가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방학기간 할머니집 갔던 친구가 가장 부러웠던 이유도 다른 지역에 가 있는 아이들은 방학기간에 학교를 나가지 않아도 됐었으니까요.

어른, 아이 모두 쉼은 꼭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방학도 있는 거겠고요. 아이들이 이 방학동안 마음껏 뛰어놀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어울리고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도 하면서 책상 교육이 아닌 세상에 대해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북한에도 만들어지면 좋겠네요.

남북한 아이들 모두 행복한 추억으로 가득 채워지는 방학을 보내길 응원하며 오늘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