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 안녕하세요 . 저는 서울에 사는 사회초년생입니다 . 오늘이 광복절이잖아요 . 북한에서도 똑같이 광복절이라고 부르나요 ? 한국에서 광복절이 되면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기념식과 함께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잖아요 . 이날이 공휴일이라 많은 부모님이 역사를 잘 모르는 아이들과 함께 그런 행사에 많이 참가하거든요 . 북한에선 광복절을 어떤 식으로 기념하는지 궁금합니다 . "
(음악 up & down)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지 77년째를 맞이하게 됐네요. ‘빛 光’에 ‘회복할 復’ 자를 쓰는 광복절은 일본 제국의 패망으로 한반도가 식민지 통치에서 벗어나 주권을 되찾은 날을 기념하는 국정 기념일입니다.
올해 8월 15일 광복절은 월요일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물론 광복절의 의미와 중요성을 잘 알고 기념하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주말에 이어 3일 연속 쉴 수 있는 휴일이 생겼다는 것을 어쩌면 더 기뻐했을 지도 모릅니다.
북한에선 공식적인 국가기념일에 온갖 대규모 궐기대회부터 동원 행사들이 많았는데, 한국에서 빨간 날은 정말 쉬는 날입니다. 3일동안 여행 다녀온 사람, 모처럼 친구들과 술 한 잔 거하게 한 사람, 집에서 푹 쉬면서 텔레비전을 본 사람 등 광복절을 쉬는 날로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광복절은 설과 추석같은 전통의 명절을 제하곤 남북이 유일하게 공통으로 기념하는 명절이기도 합니다. 분단 전이었으니까요. 북한에서도 광복절이라고 부르냐고 물어보셨는데, '물론 광복을 맞이했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정식 명칭은 조국해방기념일이고, 조국해방의 날이라고도 부릅니다.
같은 기념일이지만 이름도, 그 의미도 남북이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김일성 장군님께서 백두산밀영을 근거지로 하여 항일투쟁을 벌이셨고, 그렇게 혈전만리를 헤치시며 싸워 조국의 해방을 이룩해주셨다'라고 가르치고 있거든요. 유치원 나이부터 말입니다.
'진짜요? 말도 안 돼요. 그걸 북한사람들이 믿어요?' 라고 하시는 한국분들도 계실 겁니다. '네 저는 절대적으로 그렇게 믿었습니다.' 라고 답을 드려야 될 텐데요. 지금 이 방송 듣고 계신 청취자분들 중 상당수도, 아니 대부분이 여전히 그렇게 믿고 있으셨을 텐데, 혹시 방송 듣다 놀라셨을까요? ‘그럼 8.15가 민족의 태양 김일성 수령이 있어서 이룩할 수 있었던 위업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하면서 말입니다.
사실 독립을 위하여 투쟁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지만 독립 자체는 우리의 손으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먼저 항복한 이후 연합군으로 참전했던 미국이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1945년 8월 6일과 9일 이틀에 걸쳐 각각 원자폭탄을 떨어트리게 되는데요. 거의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고 수만 명의 인명피해를 낳으면서 일본은 그 다음날인 8월 10일 무조건적인 항복의사를 전달하였고, 1945년 8월 14일 미국이 일본의 항복을 수락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은 공식적으로 끝이 났고, 패전국 일본은 승전국들인 미국, 영국, 중국 등 연합국이 요구한 한반도에서의 철수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합니다.
간략한 설명으로도 아시겠지만 일본의 패망과 조선의 독립에 김일성이라는 이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사용이 자유롭고 전 세계 모든 정보가 열려 있는 이곳에서는 숨길 수도, 조작할 수도 없는 사실이고 진실입니다.
북한에서는 광복절을 어떻게 기념하냐고 물어보셨는데, 아마 오늘도 텔레비전에서 '민족의 태양'영화가 방영됐을까요? 빨치산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고 궐기대회가 진행됐을까요? 하나의 국가가 이토록 역사를 날조하는 사례는 그전에도 앞으로도 아마 없을 겁니다. 북한 외에는요. 오늘도 얘기하다 보니, 북한동포분들이 인터넷을 통해 직접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런 설명조차 필요 없을 텐데…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