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반지하집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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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20대 사회초년생입니다. 부모님이 사시는 곳은 대구광역시고, 저는 대학교 다니면서부터 쭉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서 월세가 그나마 좀 저렴한 반지하집에 살고 있는데, 지난번 서울에 내린 폭우로 집이 물에 잠기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북한에도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하던데, 문득 북한에도 반지하 형태의 집들이 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알려주세요”

(음악 up & down)

반지하, 말 그대로 반은 땅밑 지하로, 반은 땅 위 지상으로 올라와 있는 집을 말하죠. 한국의 살림집들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면 아파트, 땅집, 그리고 반지하부터 많게는 지상 5, 6층으로 지어진 빌라가 있는데요.

보통 사람들이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채광일 겁니다. 볕이 잘 들어와 환하고 따뜻한 집을 선호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동서양 어디나 다르지 않더라고요. 북한에서도 남향인가 아닌가에 따라 집값이 달라지잖아요? 여기 남쪽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선 집 고를 때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집 창문에서 바라보는 전경, 영어로는 view라고도 하는 겁니다. 만약에 집 창문에서 푸르른 산을 바라볼 수 있다거나, 유유히 흐르는 강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집은 같은 평수의 다른 집들에 비해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빌라의 가장 아랫층, 반지하집은 집 고르는 기준 어디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지상으로 반만 나와 있어 아주 약간의 빛만 들어오는 창문과 그마저도 방범을 위해 쇠창살로 막아 두고 또 그 짬으로는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들이 보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런 집들은 비교적 가격이 눅고, 혼자 단기간 생활하는 대학생들이나 사회초년생들이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간혹 벌이가 충분하지 않은 가족들이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몇 주 전 엄청나게 많은 비가 쏟아졌었죠. 하늘에 구멍이 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시간에 정말 많은 량의 비가 내렸는데요. 서울의 경우 8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였다고 합니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서울도 거리와 차가 물에 잠겼고, 특히 낮은 지역에 사는 분들의 경우 집에 물이 차면서 막대한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까지 보게 됐습니다.

이번 비 피해를 통해 한국에서는 반지하 주거환경에 대한 문제점들이 보도를 통해 나오고 있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 또한 대책마련을 위한 여러 방안들을 고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늘 질문자 분은 북한에서 반지하 형태의 집이 있는지를 궁금해하셨는데요. 가끔 받았던 질문이긴 한데, 저는 제가 살았던 함경북도 청진엔 반지하집이 없다고 답합니다. 제가 북한의 모든 지역을 가 본 것이 아니다 보니 혹시 다른 지역은 어떨지 몰라 이렇게 답합니다. 혹시 이 방송 들으시는 여러분들이 사시는 지역엔 반지하집이 있을까요? 낡고 허름하고 아주 작은 평수의 집은 있었어도 땅밑으로 파고 내려간 형태의 반지하집을 저는 보지 못했던 것 같거든요.

사실 남쪽의 반지하 주거 형태에 남북전쟁의 아픔이 묻어 있었습니다. 원래 반지하는 주거 목적이 아니라 6.25전쟁 이후 남북 갈등이 고조되면서 방공호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임시 대피소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전쟁의 위협이 계속되자 1970년, 남한정부에서 혹시 모를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전시에 방공호 또는 진지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만들어진 지하실이 서울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절반이라도 햇빛을 볼 수 있는 창문을 달아 살림살이가 어려운 이들의 생활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애당초 '남북전쟁'이라는 예상 각본이 없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주거 형태인 거죠.

오늘 질문자 분은 만약에 북한에도 반지하 형태가 있다면 혹시 이번 물난리에 피해가 큰 건 아닐까 걱정하신 것 같은데, 북한은 반지하가 아니더라도 장마철만 되면 홍수피해를 보는 집들이 지역마다 많습니다. 정확한 피해 관련 통계나 사후 대책도 세워지지 않고 해마다 피해는 반복되고 있는데요. 모든 피해가 오로지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는 그곳에서 또 이번 폭우는 어떻게 이겨 내셨을 지 저도 걱정이 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