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50대 주부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MZ세대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잖아요. 얼마 전에 북한에도 한국의 MZ세대에 해당하는 장마당세대가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장마당세대' 이 말도 재미있고, 이 세대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정말 한국의 MZ세대와 비슷한지 그런 부분들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알려주세요”
(음악 up & down)
MZ세대 가 뭔지부터 설명해 드려야겠네요. 간단히 설명 드리면, 요즘 한국사회의 젊은 세대를 칭하는 말이라고 해야 할 텐데요. 1980년대 초에서 1990년대 중반에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의 M과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 정도까지 태어난 Z세대의 Z를 합쳐 MZ세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MZ세대의 특징으로는 집단보단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인터넷이나 디지털기기에 익숙하며 또 소비에 있어서도 소유보다는 빌려 쓰는 공유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등 기존세대와는 다른 특성들을 보인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출생연도에 따라 세대를 구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들도 있는데요. 50년대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또 MZ세대 같은 용어를 통해 너무 서로를 나눠 세대 갈등을 부추기기도 하며 서로 다른 세대 간의 이해를 어렵게 한다고 보는 거죠.
하지만 반대로 세대간의 특성을 이해하기 쉽게 하고, 또 같은 세대끼리의 유대감을 높인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특히 1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꽤 넓은 연령대의 MZ세대가 다양한 사회경제 문화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MZ세대에 대한 사회와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죠.
한국에서 지난 9월 17일은 청년의 날이었어요. 아마 오늘 질문자 분도 이와 관련된 방송을 보다가 MZ세대와 비슷하다는 북한의 장마당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정작 방송을 들으시는 북한동포분들은 '장마당세대'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젊은층을 부르는 용어는 따로 없는 것 같거든요. '혁명의 후비대' 정도라고 해야할까요? 장마당세대는 한국에서 북한의 요즘 세대를 칭하기 위해 만든 용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1990년대 중반부터 찾아온 경제위기로 인해 배급체계가 붕괴된 이후 태어나다 보니 국가의 배급이 아닌 오로지 장마당을 통해서 먹고 사는 모든 것을 해결해야했던 세대라는 거죠.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한국의 Z세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 북한의 장마당세대죠.
실제로 최근 2~3년안에 탈북한 20대의 탈북청년들을 여러 명을 만나봤는데요. 확실히 세대가 달라졌다는 걸 짧은 대화만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명은 돌격대에 나갔다가 3일만에 도망쳐 탈북하기로 결심했다는 청년인데요. 갱도에 들어가 땅을 파야 하는 작업을 했는데, 갱도를 딱 바라보는 순간 '저기 들어가면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입당이나 옆에서 외치는 선전구호 따위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고 바로 어떻게든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는데요. 북한에서 아직도 김정은 위원장 현지지도 기록영화를 많이 보여주는지 물었더니, 한 탈북청년은 아예 북한 텔레비전을 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음악에 심취되어 있었고, 그렇게 살다 보니 한국에 입국해 불과 몇 달 만에 언어나 문화에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부분 최근 탈북한 20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국가나 집단, 북한에서 강조하는 충성... 이런 것엔 관심이 없고, ‘어떻게 하면 장사를 해서 돈을 벌 것이고,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할 것인가’ 라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당과 조직을 위해서, 전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은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기존 부모세대하고는 생각이나 행동에서 많이 달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MZ세대, 북한의 장마당세대... 기존의 관념이나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가치와 신념이 앞으로의 남북관계에는 어떤 영향으로 작용하게 될지도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