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직장인입니다. 한국엔 최근 스토킹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고 관련해서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비슷한 문제들이 없는지, 이런 문제가 생기면 북한에서는 어떻게 법으로 처벌받게 되는지 그런 부분들이 궁금합니다.”
(음악 up & down)
스토킹 범죄.. 늘 대답하기에 앞서 용어 설명을 먼저 해드렸었죠. 그런데 오늘은 설명해야 할 말에 범죄라는 단어가 붙었네요. 상대방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고의적으로 쫓아다니면서 집요하게 정신적, 신체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스토킹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범죄라는 말이 붙은 건 법률에도 저촉된다는 거죠.
최근 한국의 보도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성이 여성에게 신체적으로 위해를 가한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위험성이나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들에 대해 국가나 국민들의 관심도 커진 상황입니다. 오늘 질문자 분은 북한에도 스토킹이 있는지와 북한사회는 이런 문제들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있는지도 궁금하신 것 같습니다.
일단 저의 기억을 되짚고, 또 주변 탈북민 친구들과도 얘기 나눴던 부분들을 종합해 답을 드리면 북한의 스토킹 범죄는 보도거리도 되지 못할 만큼 사회에 만연한 일상이 되어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북한영화에서 남자가 고백하는 장면에선 주먹으로 벽을 친다든지, 나무에 몰아붙이고 대답을 강요한다든지 하는 장면들이 남자의 '박력'으로 포장되어 나오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북한에서 남성들이 여성에게 고백하기 전 갖게 되는 마음가짐으로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입니다. 여자가 싫다고 거절하더라도 계속해서, 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고백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 여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믿음처럼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분들 또한 적지 않죠.
집요하게 집까지 따라와서 만나주기를 강요하고, 가던 길을 가로막고 물건을 뺏는다든지 하는 일들이 일상에서도 자주 일어나고 있고 이 때문에 밤거리가 어두운 북한에서 저녁만 되면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습니다.
오늘 이 방송 들으시는 북한동포 분들은 여기까지 들으시고 '그 정도는 여성이라면 다들 안고 가는 불안과 공포지… 근데 한국에선 그 정도로도 처벌을 한다는 얘긴가요?' 하고 오히려 반문하고 싶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 한국에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상대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집이나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나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ㆍ전화 등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ㆍ말 음향ㆍ그림ㆍ영상 등을 보내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 등을 보내거나 집이나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 집이나 그 부근에 놓여져 있는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까지가 모두 스토킹 행위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를 피해자 본인에게 하는 경우뿐 아니라 피해자의 배우자나 가족에게 하는 경우도 스토킹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스토킹 행위가 100달러정도 이하의 벌금이나 잠깐의 구류 등에 그쳤지만 작년 10월부터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징역형으로 처벌도 더 강화되었습니다.
남과 북 모두 스토킹 범죄가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한국은 이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처벌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국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흔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피해자 개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북한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여전히 거절을 진짜 거절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일부 남성 분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어떤 호감의 마음도 상대의 의사에 반한다면 그리고 폭력이 들어간다면 이는 범죄입니다. 그리고 스토킹은 심각한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회가 관심을 갖고 스토킹을 해결하기 위한 법률적, 제도적 방안을 만들어 나가는 것 역시 국가의 책무임을 북한당국이 기억했으면 합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