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에 살고 있는 50대 주부입니다. 저는 계절 중에 가을을 제일 좋아하는데요. 가을에 빨갛고 노란 나뭇잎들이 너무 예쁘다는 생각을 해요. 이곳 남쪽은 이번주가 단풍이 절정이라고 하던데, 북한사람들도 단풍구경 좋아하나요?”
(음악 up & down)
그러네요. 보통 10월의 두번째 주가 단풍이 가장 예쁘게 물드는 시기였던 것 같네요. 이곳 남쪽은 지난주부터 비가 온 뒤로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아침저녁으로는 정말 춥습니다. 아직 낮에는 그래도 햇빛이 따뜻한데도 말입니다. 이렇게 기온 차가 클 때 단풍 색이 더 짙고 예뻐진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네요.
계절 중 가을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아마 더위를 많이 타는 분들은 여름이 정말 싫다고 생각하실 텐데, 그 무더운 여름이 끝나고 시원한 바람이 코 끝에 닿는 가을이 정말 좋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다른 계절에 비해 공기가 더 깨끗하고 하늘도 청명하고 그렇게 적당한 기온의 맑고 깨끗한 날씨가 많아 야외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가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가을엔 정말 맑은 하늘을 잠시 올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오늘 질문자 분도 가을을 유난히 더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가을풍경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울긋불긋 물든 나무들이죠. 그래서 한국에서는 가을에 단풍구경을 하러 기차나 단체 관광버스, 혹은 승용차를 타고 큰 산이 있는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온 산을 덮고 있는 나무들이라고 전에 말씀드린 적 있는데요. 그런데 산을 보며 놀라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 높은 산을 오르는 많은 사람들이죠.
가을의 단풍잎이 아무리 예뻐도 사람들의 옷차림만 할까요. 단풍 보러 간다며 단풍보다 더 예쁜 빨갛고 노란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도 가을이 되면 산마다 사람들로 가득한데요. 정말 이렇게 말로 전하는 게 아니라 영상으로 보여드리고 싶을 만큼 진풍경입니다.
물론 아주 큰 산 풍경만 그런 건 아닌데요. 멀리 못 가는 분들은 집 근처에 있는 가까운 야산에라도 올라 가을과 단풍 진 나무들을 느껴보고 싶어하시죠. 서울만 해도 곳곳에 작은 야산들이 있고, 공원엔 큰 거목부터 작은 나무들까지 곳곳에 숲이 형성돼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서든 나무를 통해 계절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앙상했던 겨울나무에 새싹이 올라오고 꽃이 피면 봄을 느끼고 또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고 푸르른 잎사귀가 무성해지면 여름을 느끼고 또 그 푸른 잎사귀가 붉고 노랗게 물드는 걸 보며 가을을... 또 그 잎사귀가 다 떨어져나가는 걸 보며 겨울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북한의 풍경을 떠올려보게 되네요. 북한에서 기차 타고 다른 지역을 이동해 보신 분들은 대부분 알고 계실 겁니다.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산들이 나무가 없어지고 벌거숭이가 된 모습이란 걸 말이죠. 특히나 주택가 근처에 야산에선 이제 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울 겁니다. 이곳에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위성지도를 볼 수 있는데요. 지금 하늘에서 찍은 사진으로 본 제 고향 함경북도 청진도 신암구역에 위치한 청진역 앞쪽에 있는 야산들은 모두 민둥산이 되어 있고, 산소들만 불룩불룩 올라와있는 모습이더라고요.
이제 슬슬 추워지면서 북한에선 이번 겨울 난방 걱정을 하실 분들이 더 많으실 텐데, 제가 너무 감상에 빠져 가을 정취나 단풍 얘기만 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계절을 느끼는 것도 먹고 사는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고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가질 수 있는 사치처럼 느껴지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 말입니다. 오늘 질문자 분에게 북한에 가을 단풍구경을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분은 북한식 표현으로 '잘 사는 집 사람들일 겁니다'라고 답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가을과 단풍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북한 노래 '나를 부르는 소리'가 생각납니다. '나무잎 소리도 나를 부르는 소리, 시냇물 소리도 나를 부르는 소리... 누가누가 나를 부르나 귓속말로 다정히 쉬지 말고 가라고 쉬지 말고 가라고' 잠깐 쉬어가면서 자연도 계절도 느껴야 한다는 한국과 계속해서 쉬지 말고 가서 혁명의 길을 완수하라고 주민을 다그치는 북한, 참 다르네요. 오늘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지금까지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