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탈북민 가족들 처벌받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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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20대 청년입니다. 요즘 유튜브에서 탈북민 유튜버 분들이 올린 영상을 몇 개 봤는데요.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냈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저는 탈북민 가족들은 북한에서 큰 처벌을 받거나 수용소에 끌려간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닌가요? 탈북해도 남아있는 가족들은 무사한 건가요?”

(음악 up & down)

유튜브는 전 세계에서 누구든 자유롭게 영상을 만들어 올릴 수 있고, 그런 영상들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라고 말씀드렸었죠. 그리고 유튜버는 자신이 직접 만든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지속적으로 올리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몇 년 전부터 자신의 이야기나 한국생활 체험기를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는 탈북민들이 정말 많아지고 있습니다.

탈북민, 그러니까 태어난 곳은 북한이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북한을 탈출한 사람, 한국에서 정식명칭은 '북한이탈주민'인데요. 그 수가 3만 3천명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리고 해외에 정착했거나 아직 중국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까지 합치면 10만명 가까이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국에 와 있는 3만 3천명의 탈북민들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유롭게 살면서 직장에서,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하고 있고 영상을 통해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럼에도 오늘 질문은 북한에 대해서도, 탈북민에 대해서도 한국에 알려진 것이 아직도 한정적이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북한의 폐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합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탈북을 했다고 하면 사돈의 팔촌까지 모두를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잡아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북한에서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아니 어차피 볼 수도 없습니다. 잡아가더라도 아무도 모르게, 못보게 데려 가니까요. 황장엽 선생이 이곳 대한민국으로 왔을 때 북한에선 “그 사람이 우리 친척이었어요?” 라고 하는 사람까지 모두 잡아갔다더라.. 하는 괴담같은 이야기가 무성하게 돌았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인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해외로 파견하는 경우 가족들을 인질로 잡아 두기도 하는데요. 남자의 경우 해외로 나가려면 꼭 결혼을 해야 하고 가족들을 남겨두거나, 혹 가족을 데려가는 경우에도 자녀 중 한 명은 꼭 두고 나가도록 하고 있죠. 남아있는 가족이 볼모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렇게 잡아가고 처벌하냐고요? 제 대답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입니다. 답이 뭔가 딱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렇게 모든 것이 명확하고, 정확하고, 누구에게나 법이 똑같게 적용되지 않는 곳이 북한이라 답을 이렇게 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 어떤 집은 더 큰 처벌을 받기도 하고, 어떤 집은 특별한 처벌없이 기존과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게 어떤 경우냐고 물어보신다면 듣고 계신 북한 동포분들은 대략 아시겠지만 고위급 간부와 같이 북한이 숨기고 싶어하는 비밀을 많이 가지고 탈북한 경우 남아있는 가족들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죠. 그리고 이제 평범한 인민들의 경우는 가족들 중 탈북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상에 큰 변동이 생기지는 않는 듯 합니다.

북한이 이제 탈북을 큰 범죄로 안 본다기 보다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처벌 수위가 낮아진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접경지역의 경우 한 마을 전체가 탈북한 곳도 있고, 탈북민이 워낙 많아 완전히 비어버린 아파트들도 생겨났습니다. 만약 전처럼 이렇게 탈북한 사람의 가족을 모두 찾아내서 수용소를 보내거나 처벌해야 한다면 함경도 지역엔 무사할 사람이 거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을 수용할 수용소나 인력도 없겠죠.

한국에 와 있는 많은 탈북민들은 이곳에서 정말 열심히 삽니다. 이들에겐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이 있죠. 이곳에서 보내준 돈으로 북의 가족들이 여유롭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한쪽으로 위안을 하기도 하지만, 늘 가족을 떠나왔다는 죄책감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큰 짐을 지고 살고 있는 이들이 바로 탈북민들입니다.

그래도 오히려 요즘은 토대 좋은 집보다 탈북민 가족이 있는 집에 시집가는 걸 더 선호하는 여성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인권을 지킬 줄 아는 정상적인 나라의 국민들은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게 됩니다. 다른 나라로 이민 가서 살고 싶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다시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습니다. 가지도, 오지도 못하게 막고 심지어 가족을 볼모로 협박하는 북한, 정말 말하다 보면 어느 것 하나 정상인 것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