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은행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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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김태호이라고 합니다. 얼마전에 TV에서 북한사람들은 은행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얼핏 듣고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 돈 거래를 어떻게 하지.. 궁금하더라고요. 북한에도 은행이 있긴 있는 거죠? 그런데 왜 이용을 안 하는 건가요?

여러분 지금 살고 계신 동네 어딘가에 은행이 있긴 있죠? 그리고 이용을 거의 안 하시고요. 그러게요. 한국사람들이 봤을 땐 정말 이해 안 되는 상황이긴 합니다. 한국에선 은행을 이용 못하는 경우는 있어도 안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말이에요.

보통의 국가에선 사회로부터 신용불량자로 낙인돼 은행 이용에 제약을 받지 않는 한, 모든 사람들은 은행을 이용합니다. 경제활동에 있어 은행은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기관으로 자리하고 있죠.

탈북민들은 한국에 오면 하나원이라는 곳에서 한국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곳의 교육 중 가장 중요하게 알려주는 것이 바로 '은행 이용하기'입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돈은 중요하잖아요. 열심히 번 돈을 잘 저축하고 불리기 위해서 보통의 국가에선 은행을 비롯해 금융에 대한 이해가 꼭 있어야 하거든요.

일단 은행의 역할부터 얘기해볼까요? 저도 북한에서 은행을 이용 안 해서 그 역할과 기능을 한국에 와서야 알게 됐거든요. 간략하게만 정리하면, 먼저 은행이 있어 상대방에게 직접 현금을 들고 찾아가서 전달하는 불편함을 덜 수 있습니다. 은행 통장을 통해 누군가에게 돈을 보낼 수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은행에 돈을 맡겨두면 그 돈에 대한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은 바로 은행에서 개인이나 기업은 계약한 만큼의 이자를 내기로 하고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은행은 개인이나 기업에게 돈을 빌려 주기도, 그들의 돈을 맡아 주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돈을 맡긴 사람들이나 기업에게 주는 이자보다 돈을 빌린 사람들이나 기업에게 받는 이자가 높은데요. 이게 은행의 운영자금 중 상당부분에 달하죠. 이는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라 모든 나라의 은행에 해당합니다.

자 그럼 '북한에도 은행이 있긴 있는 거죠?'라는 질문에 먼저 답해 볼까요? '네. 있습니다. 조선중앙은행도 있고, 각 지방에 지방은행들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음, '그럼 북한사람들은 왜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거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북한의 은행이 은행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짚어볼까요? 은행이 역할을 해야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걸 테니까요.

먼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은행의 기능, 통장에서 통장으로 돈을 보내고 받는 이체의 기능.. 네. 북한에선 안 하죠. 아무도 은행에 돈을 맡겨놓고 있지 않기 때문에 통장엔 보낼 돈도 없고, 은행이 맡겨놓은 돈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은행을 통해 돈을 받지도 않습니다. 유리양말에 현금을 넣고 배에 둘둘 만 다음에 직접 가서 전달하기도 하고, 먼 거리에 있는 사람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경우엔 이 은행 이체의 역할을 최근 각 지역의 돈주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하죠.

다음은 내 돈을 은행에 맡겨두면 받는 이자에 대한 부분입니다. 보통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매달 일정금액을 적립식 통장에 넣으면 계약한 기간이 만료됐을 때 이자와 함께 원금을 돌려받는 적금, 일정한 금액을 한번에 넣어 기간을 정해 만기 됐을 시 이자와 함께 돌려받는 예금 등을 통해 돈을 불리기도 하죠. 북한에선 돈을 맡기면 필요할 때 찾을 수 없습니다. 안 주니까요.

다음은 정말 중요하고 꼭 필요한 기능이죠. 돈을 빌리는 대출의 기능입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려면 누군가 은행에 맡겨둔 돈이 있어야 합니다. 북한의 은행은 아무도 돈을 맡기지 않고 있고, 때문에 빌려줄 돈도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 은행 용어엔 대출이란 말도 없습니다. 여기까지가 북한사람들이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저의 간략한 답입니다.

돈을 거래하는 은행은 어떤 곳보다 약속과 신뢰가 기반 되어야 하는 곳입니다. 오늘 제가 '보통의 국가에선'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답을 하다 보니, 인민들과의 약속과 신뢰가 완전히 깨진 북한, 이래서 외부에선 보통의 정상적인 국가라고 보지 않는구나… 또 한번 느끼게 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