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 안녕하세요. 서울 강남에 살고 있는 유진철이라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한국 여성들이 참 아름답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그런데 또 '남남북녀'라는 얘기가 있잖아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북쪽의 여성들이 더 아름답다' 라는 이 말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남남북녀… 우리나라, 한반도에서 남쪽 지방 사람이 잘생기고 북쪽 지방 사람이 고움을 이르는 말로 국어사전에도 올라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보셨죠? 북에서도 저 위쪽 함경북도 지방, 특히 회령여자들이 곱다..라는 얘기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요즘 한국에서는 칭찬이든 아니든 외모를 평가하는 말은 가급적 하지 말기를 권합니다. 외모에 대한 평가는 성적 희롱이나 무례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불편해질 수 있는 상황은 애초에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사회가 권할 수는 있어도 범법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강제하거나 통제하진 않습니다. 누군가는 북한여성들이 더 예쁜가... 그런 궁금증을 여전히 갖고 계시고 이렇게 질문하기도 하시죠. 특정인의 외모평가에 대한 얘기가 아니기에 저도 편안하게 이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이 방송 듣고 계신 청취자분들 중에도 비슷한 궁금증을 갖고 계신 분들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한국드라마 보면 배우들도 그렇고 고운 여성들이 많이 나오던데, 그래도 여전히 남남북녀가 맞습니까?' 하고 말이죠.
대답하기에 앞서,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사실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곳 한국여성들은 배우들 빼곤 거의 못 생겼을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남남북녀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역시 남남북녀야'라고 말해주는 분들이 많으셨거든요. 그땐 정말 몰랐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칭찬이 습관이라는 걸 말입니다.
그렇게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진 채 탈북민들의 정착교육기관에 있다가 한번은 외출할 기회가 있었는데, 코엑스라는 곳에 가게 됐어요. 백화점부터 식당, 놀이공간 등 다양한 시설이 있는 대형 건물이죠. 여름이라 여성들이 소매가 없는 옷을 시원하게 입고 있었는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다들 피부가 정말 좋구나' 라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어… 왜 이렇게 다들 키가 크지?' 였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얼굴을 한 명씩 보게 됐는데, 제 눈엔 모두가 다 한국드라마에서나 봤을 법한 고운 얼굴들이었죠.
'남남북녀라는 말이 맞나요?' 라는 이분의 질문에 저의 개인적인 대답은 '글쎄요...' 입니다. 탈북민들은 한국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저 북한에서 왔어요' 라고 하면 가끔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어머, 북한사람 같지 않네요' 이 말을 들으면 순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분명 칭찬의 의도를 갖고 한 말이었을 텐데, 탈북민에겐 칭찬으로만 들리지 않기 때문인 거죠.
제가 느낀 한국에서 북한사람에 대한 이미지(영상)은 대충 이렇습니다. '키가 작고 몸은 마르고 피부색은 어둡고 표정엔 웃음이 없다' 모든 이의 생각이 같진 않겠지만, 이런 모습을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보통 세련된 모습으로 밝은 표정을 한 탈북민들은 '어… 북한사람같지 않네요' 라는 불편한 칭찬을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분단 전에, 아니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정말 남남북녀라는 말이 통용됐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풍족한 환경에서 얻게 되는 건강한 신체, 여유로운 생활에서 오는 환한 미소. 이것이 없어진 북한사람들의 모습을 진정 아름답다 말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지금 제 눈엔 남북한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이 엇갈려 떠오르면서 사람들의 외형까지 달라지게 만든 남북한의 상황이 더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입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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