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서도 수능 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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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2년 전 수능을 보고 현재는 대학을 다니고 있는 21살 대학생입니다. 올해는 제 동생이 또 수능을 보는데요. 온 가족이 수능을 보는 동생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그만큼 수능이 정말 중요한데 북한에서도 수능을 보는지 궁금합니다.”

(음악 up & down)

먼저 그 어려운 수능을 잘 통과하고 대학에 입학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올해는 동생이 또 그 과정을 거치고 있는 거네요. 아마 오늘도 아직까진 '무슨 질문인지 이해 못했다' 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일단 '수능'은 일반적으로 편하게 줄여서 부르는 말이고요. 정식명칭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고, 시험 응시생이 입학할 예정인 연도를 앞에 붙이기 때문에 올해 치러지는 시험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됩니다. 교육부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시험으로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시행되는데요. 올해 시험일은 그래서 이번주 11월 17일 목요일입니다. 정말 며칠 안 남았네요.

그런데 명칭만 듣고도 약간의 오해가 생길 수 있겠네요. 여기서 말하는 수학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과목만을 본다는 건 아니고요. 한자 닦을 '修'에 배울 '學'자를 써서 ‘학문을 닦는다’ 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다시 말해 학문을 닦을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는 시험으로 여러 과목을 응시하게 됩니다.

국어 영역, 수학 영역, 영어 영역, 한국사 영역, 탐구 영역, 제2외국어/ 한문 영역이 있습니다. 그냥 국어, 수학이라고 하지 않고 영역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문과냐 리과냐에 따라 범위나 배점 등에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험은 시험 당일 아침 8시 40분에 시작하는데요. 8시 10분까지는 시험장 입실을 완료해야 하고 중간중간 휴식시간을 포함해 오후 5시 45분까지 시험이 이어집니다. 거의 하루 종일 시험을 본다고 할 수 있는 거죠.

한국의 수능 날엔 정말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학생들의 시험장 가는 길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경우 출근시간을 한 시간 늦추기도 하고, 그래도 지각할 것 같은 학생들은 경찰들이 오토바이에 태워 시험장까지 데려다 주고, 또 영어듣기평가 시간엔 근처 학교에 방해가 될까..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을 금하기도 합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수능을 보는 학생들은 집에서도, 그리고 사회에서도 왕 대접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말 온지 얼마 안 됐을 땐 저도 수능이 뭔지 몰라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한 적도 있긴 했습니다. 왜 흔히 '이거 모르면 간첩' 이라는 말 쓰잖아요. 한국에선 '수능'이 거기에 해당되거든요.

북한에도 수능, 다시 말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시험이 있죠. 바로 '예비시험'과 '대학별시험'입니다. 대학에 가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이 시험을 보게 되는 건데, 시험과목으로는 국어, 수학, 영어, 화학, 물리가 있고 그리고 '한국사'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력사를 공부하고 시험 보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혁명력사가 시험과목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또 한국은 문과와 리과로 나뉘어져 시험 영역이 조금씩 다른데 비해 북한은 모두 동일한 문제를 풉니다. 그리고 문제가 나오고 답이 여러 개 있고 그중 정답을 고르는 식의 객관식 문제가 많은 한국과 달리 북한의 시험은 문제가 모두 서술형 주관식인데요. 그러다 보니 예비시험만 이틀에 걸쳐 치르게 됩니다.

이렇게 예비시험에 통과하게 되면 학교에 주어진 뽄트(정원)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고 그 대학에 직접 가서 보는 '대학별시험'을 치르게 되는 거죠. 보통 합격률은 70~80%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도 한국과 좀 다른 점이 한국은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반면, 북한은 학교에 뽄트가 내려온 대학에 한해서만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죠.

오늘 질문에 답을 정리해 드리자면 북한도 수능에 해당하는 시험을 봅니다. 그리고 한국만큼이나 북한도 이 시험이 중요합니다. 어쩌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험에 떨어지면 17살에서 18살 정도 나이에 바로 군대에 가게 되기도 하니까요. 한국의 수능, 그리고 북한의 예비시험, 명칭은 달라도 시험을 치르기 위해 들인 땀과 노력은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요. 시험을 앞두고 있는 남북한 학생들 모두 고생한 것 만큼의 좋은 결과 꼭 얻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