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사는 김민지라고 합니다. 저는 얼마 전에 김장을 했는데, 북한은 한국보다 추우니까 좀 더 일찍 김장을 하겠죠? 북한의 김치는 어떤 맛인지.. 북한의 김장문화가 궁금합니다.
김치 하니까, 이 노래부터 생각나네요. '만반진수 차려놓고 김치 깍두기 없으면 아주 맛 없네~ 김치 깍두기 맛 참 좋시다' 그리고 한국에도요.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진수성찬 산해진미 날 유혹해도 김치 없으면 뭔가 허전해. 김치 없인 못 살아. 나는 못 살아. 나는 나는 너를 못 잊어' 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한민족의 식탁을 책임지는 제일의 반찬은 바로 김치인 것 같네요.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만들어 배추 속을 구석구석 바른 다음 숙성시켜서 먹는 김치는 우리 한민족만의 고유의 음식문화라고 할 수 있죠.
오늘은 김장과 관련된 질문이 나왔는데, 남북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듣는 청취자분들도 더 흥미로워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 동포분들도 한국사람들은 김장을 어떻게 해서 어떤 맛의 김치를 드시는지 궁금하실 것 같으니까요.
오랜만에 저도 말해보네요. 김장전투… 사실 북한에는 김장전투 말고도 전투가 참 많죠. 모내기 전투, 김매기 전투, 가을걷이 전투, 300일 전투, 700일 전투. 삶 자체가 정말 전투인 듯합니다. 한국에선 살면서 쓸 일이 없는 단어인데 말입니다.
여러분 올해도 김장전투 잘 끝내셨나요? 북한에선 김장을 반년 식량이라고도 하잖아요. 북한에서 김치는 그대로도 먹지만, 김치국으로도 끓여먹고, 쌀을 아끼느라 김치 잔뜩 썰어 넣어 김치밥으로도 만들어 먹고, 봄이 오고 날이 따뜻해져 김치에 군내가 나면 씻어서 소다 듬뿍 넣고 볶음반찬으로도 만들어 먹었던 것 같아요. 반년 내내 식탁에 오르는 식량이었으니 그야말로 한해에 한번 김치를 담그는 일은 전투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김장을 끝내곤 뿌듯해하며 '우리집은 올해 3독 담갔어, 5독 담갔어' 자랑처럼 얘기하기도 했었는데, 많이 하는 집들은 한 톤 씩도 담그죠.
그런데 이런 얘길 한국사람들에게 들려주면 정말 깜짝 놀라 합니다. 여전히 한국에서도 김치는 식당에서 집에서도 식탁에 자주 오르는 반찬이긴 하지만 여러분 예상하시는 것처럼 여긴 김치 말고도 식탁에 오르는 반찬들이 많거든요.
한국에선 보통 한집에서 5포기, 10포기 정도씩 담급니다. 이미 다 절여 놓은 배추를 사서 택배로 받은 다음 양념만 해서 김치랭장고에 보관하고 조금씩 꺼내 먹기도 하고, 또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엔 그 과정도 힘들다며 아예 다 만들어진 김치를 사서 먹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김치공장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김치는 한국 드라마나 음악의 인기에 힘입어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인기있는 음식이 돼가고 있거든요. 김치 하나만 잘 만들어도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곳이 바로 한국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김치 만드는 방법도 모두 공유할 수 있다 보니, 개인적으론 김치 맛이 모두 비슷비슷한 느낌이에요. 북한에서처럼 서로 공유되지 않는 자기 집만의 고유한 김장법으로 독에 묻어 숙성시킨 그 쩡한 김치 맛은 여기선 맛보기가 어려워요. 많은 탈북민들이 고향의 그 쩡한 김치 맛을 그리워하기도 하죠.
오징어 장도 넣고, 가끔 돼지고기 비계도 넣고 명태도 넣고 그렇게 각각의 집들에서 만들어진 북한의 김치를 한국에서도 맛보고, 일본, 미국, 저기 프랑스에도 판매할 수 있게 되면 북한주민들의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겠죠. 북한이 자유무역의 문만 연다면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오늘 김장얘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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