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북한에선 직장 출근길이나 공사현장 같은 곳에서 선전대가 노래를 부르거나 깃발을 흔들기도 하던데... 그런 응원을 받으면 정말 힘이 나나요? 아니면 그냥 그러려니 하는 건가요? 실제 북한에서 힘들게 일하는 근로자들이 옆에서 노래로 응원하는 선전대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음악 up & down)
혹시 오늘 질문 주신 분은 선전대와 비슷한 일을 하시는 분일까요? 하긴 한국엔 '선전대'라는 말도 그런 직업군도 없으니 당연히 선전대는 아니시겠네요.
남쪽에선 '선전'이라는 말 역시 거의 쓰지 않고 있는데요. 사실 '선전'의 사전적 의미는 '주의나 주장, 사물의 존재, 효능 따위를 많은 사람이 알고 이해하도록 잘 설명하여 널리 알리는 일'이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제품이나 물건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건 주로 '광고'라고 얘기하고 선전이라는 표현은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데요. '선전'이라는 이 말이 어떤 사상이나 가치 등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킨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북민들 중 노래를 잘하거나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선전대 출신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선전대는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한 음악으로써 북한 체제 우월성과 사상을 대중에게 주입시키고 한편으론 인민의 생각과 행동을 북한 당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죠.
북한에는 중앙은 물론 도, 시, 군별 선전대가 존재하고 직장에도 각각의 독립적인 선전대가 필수적으로 존재합니다. 선전대원들은 대부분 악기와 노래같은 예술 쪽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로 선발되죠. 그래서 오늘 질문자 분이 보셨던 것처럼 사람들을 독려하고 응원해야 하는 현장에서 본분에 따라 정해진 일들을 수행하게 됩니다.
사실 요즘도 출근현장에서 깃발들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전처럼 공장 기업소가 정상 가동되고 생산물이 나오고 있다면 가능한 일이지만 생산공정이 모두 멈추고 로동자들이 공장이 아닌 장마당으로 출근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 지금은 출근길 선전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하거든요.
하지만 건설장 같은 로동의 현장에는 여전히 선전대원들이 파견될 것입니다. 질문자 분이 북한사람들은 그런 선전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궁금해 하셨는데... 사실 북한에서 여름엔 더위에 맞서, 겨울엔 추위에 맞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로동자들이 손풍금과 기타같은 악기를 들고 '우리 당이 제일이고 사회주의 제일이다'라는 노래를 연거푸 부르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그 선전 내용에 동요했던 시기는 이미 지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전에 만났던 탈북민은 자신은 직접 선전대한테 노래는 그만하고 와서 삽질이나 좀 하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도 하시더라고요. 안 그래도 힘들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쉬지 말고, 더 힘을 내고, 더 열심히 일해야한다는 식의 선전대의 예술활동은 이제 더 이상 로동자들의 맘을 움직이고 행동을 이끌어내는데 적절한 방법이 아닌 듯 해 보입니다.
요즘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지면서 정말 춥습니다. 이곳 남쪽이 이럴 진데, 북한은 훨씬 더 춥겠구나 싶습니다. 선전대에는 관악기도 많은데, 겨울엔 입에 쩍쩍 붙어버려서 악기를 입에 무는 것도 어려울 겁니다. 오늘 질문을 받고 나니 이런 날씨에도 여전히 바깥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분들과 어쩔 수 없이 그 옆에서 노래를 부르며 선전대 활동을 펼쳐야 하는 분들까지 모두 다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예술의 재능이 선전이라는 도구로 이용되지 않기를 더 이상 누구도 북한의 선전에 휘둘리지 않게 되기를 바라고 모든 로동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원하는 현장에서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이런저런 바람을 가져보며 인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