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람들도 오징어게임 봤을까요?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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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 안녕하세요. 이기호라고 합니다. 올해 대한민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인 열풍이었잖아요. 북한에서도 몰래 한국드라마 많이 본다고 들었는데, 이 오징어게임도 봤을까요?

'과연 북한에도 오징어게임 들어갔을까? 어떻게 보셨을까..? 요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통제가 심하다던데 괜찮을까..' 이런 얘기는 탈북민 친구들과도 많이 나눴습니다.

올해 '오징어게임'을 빼면 얘기가 안 될 정도로 이 드라마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몇 천만달러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생존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이야기로, 아이들의 순수한 놀이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한국의 전통적인 게임 속에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적으로 그려내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징어게임이 이렇게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 넷플릭스라는 세계적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업체를 통해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인들에게 동시에 배포됐기 때문인데요, 넷플릭스 서비스가 보급되는 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든 이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오징어게임과 관련된 통계를 보면 전 세계 넷플릭스 보급 국가 중 94개국에서 1위를 했고, 전 세계 1억2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본 걸로 집계됐는데요. 이 숫자는 넷플릭스 서비스가 들어가지 않는 중국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오징어게임을 다른 경로를 통해 본 중국인들이 적어도 2억~3억명 정도라고 봤을 때 전 세계 오징어게임 시청자는 3억~5억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본 드라마니, 같은 언어를 쓰고 바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북한사람들도 봤을까 하는 궁금증은 당연한 거겠죠.

이제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데, 심장이 빨리 뛰는 게 느껴집니다. 얼마전 북한에서 오징어게임을 몰래 본 학생들에게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해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일어난 일로 내부소식통을 통해 한국에 알려졌는데, 여러분도 알고 계신가요?

오징어게임과 관련해 수많은 보도들이 나오지만 영상을 봤다고 처벌한 곳은 전 세계에서 북한이 유일합니다. 중국만 하더라도 넷플릭스를 시청할 순 없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편법으로 전 세계 모든 영상을 볼 수 있고 처벌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드라마 한 편으로 성인도 안 된 어린 학생들을 감옥에 보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전 세계는 또 한번 북한의 비정상적인 만행과 잔혹함에 경악할 것입니다.

어린 학생들을 평생 감옥에 가두고 전체 국민들에겐 공포감을 주어 절대 보지도 듣지도, 알지도, 못하게 막으려고 하는 건 과연 무엇일까요? 북한은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오징어게임은 자본주의 사회의 패륜과 폐해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드라마 속 물질만능, 치열한 생존경쟁이 오히려 현재 북한사회와 가장 닮아있다는 걸 자신들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저는 이곳에서 가끔 북한 영화를 봅니다. 북한 노래를 흥얼거리고 한국사람들에게 알려주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간첩으로 몰지 않습니다. 한국 체제가 무너질까 봐 걱정하는 이는 본 적도 없습니다. 북한 문화를 소비한다고 해서 어떠한 제재나 처벌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담고 있는 한국과 외부 문화에 대한 극심한 공포는 북한체제가 얼마나 거짓되고 허술한 모래성 같은 체제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새로운 문화,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고, 접하고 싶은 호기심은 사람의 본능입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모든 본능과 욕구는 그대로 존중 받아야 할 인간의 기본 권리입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모두 말살된 지금의 북한 체제에서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처참히 짓밟히게 될 지 우려됩니다.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