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엔 변호사가 없나요?

0:00 / 0:00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 안녕하세요. 이성주라고 합니다. 우연히 지난주 방송을 들었어요. 북한에서 오징어게임을 본 학생들에게 무기징역이라는 형벌을 내렸다는 내용을 듣고 너무 충격적이고 안 믿겨 지더라고요. 그런데 북한의 재판에서도 변호사 선임처럼 자신을 변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건가요?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당신이 한 말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 이런 장면 보신 기억 있으시죠? 미란다 법칙이라고 하는 건데요.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 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5항에 있는 내용입니다. 법률 책에만 들어있는 내용이 아니고 실제 국민들이 행사하고 있는 권리입니다.

보통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누구든 자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변론할 기회를 권리로 갖고 있습니다. 그 권리를 법정에서 대신 해주는 사람이 바로 변호사인 거죠. 아마 북한주민들에게 '변호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접해봤을 법한 단어일 거라 생각합니다. 변호사가 뭐하는 사람인지 역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되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랬거든요.

보통 재판이 열리는 법정을 보면 판사, 검사, 변호사가 있습니다. 검사는 범죄를 수사하고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사람으로, 재판이 열리면 피고가 잘못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며 처벌을 요구하게 됩니다. 변호사는 피고인이 최대한 벌을 덜 받을 수 있게 법률적인 지식으로 피고인을 변론해주는 사람이죠. 검사의 범죄증거제시, 변호사의 변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에야 판사는 재판의 최종 판결을 내리고 형량을 결정하게 됩니다. 보통의 정상국가에서 모든 사람은 이런 재판의 과정을 통해서 형을 받게 됩니다.

변호사와 검사, 판사 모두 법 조항들에 근거해서 재판을 진행하며 재판의 최종판결까지는 보통 몇 달에서 몇 년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판결이 나오더라도 판결내용에 이의가 있다면 변호사를 통해 재판을 다시 요청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기간도 길어지게 되는 건데요. 공정한 판결을 위해, 억울한 이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모든 사람은 이런 제대로 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갖는 겁니다.

북한에도 분명 법조항에는 똑같이 재판을 받고 변론을 받을 권리에 대해 명시돼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북한에서 살면서 한번도 재판과정에서 변호사의 변호를 받았다는 사람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되려 어떠한 변호도 받지 못한 채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떤 법 위반인지, 자신에게 내려진 형벌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잔인하고 억울한 형량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는 곳이 북한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시청한 학생들에게 변호사 선임은 커녕 스스로를 보호하고 변론할 최소한의 기회라도 주어졌을까요? 과연 제대로 된 재판을 통해 변호를 받았더라면 그 어린 학생들에게 무기징역이라는 말도 안 되는 형량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아니, 정상국가라면 애초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라는 이런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법이 나오지도 않았겠죠.

김정은은 소문난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연 그는 북한영화만 볼까요? 정말 한국영화와 드라마, 화려하고 웅장한 미국영화들을 안 봤을까요? 김정은은 농구를 좋아한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미국 선수를 북한으로 직접 초청하고 연회를 베풀기도 했습니다. 그럼 미국의 농구도 봤다는 건데, 이건 과연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저촉되는 행위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북한법은 참으로 무르고 악독한 법입니다. 누군가는 뭘 하든 절대 죄가 되지 않고, 말 한 마디로 있던 죄도 없어지게 만들 수 있는 한없이 무른 법이고, 누군가에겐 잘못 같지 않은 잘못으로 평생 감옥에 보내지기도 하고, 사형까지 받을 만큼의 죄가 되기도 하는 근본 없고 무자비한 악법입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