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한 사람들은 한국의 탄핵 시위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0:00 / 0:00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 서울에서 살고 있는 30대 여자입니다. 요즘 날씨가 무척 춥지만, 밖에서 탄핵 관련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잖아요. 이번에 전 세계는 물론이고 북한에도 이 소식이 전해진 걸로 알고 있는데, 북한 사람들은 한국의 탄핵 시위를 어떤 시각으로 봤을까요?"

한 해가 끝나가는 12월의 마지막주입니다. 오늘은 그래도 기온이 조금 올랐는데, 지난 며칠 동안은 폭설과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한파특보까지 내려졌습니다.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요즘 한국은 날씨만 추운 게 아니고 사람들의 마음까지 한기가 가득합니다.

오늘은 외부 정보에 밝은 분이 아니더라도 이미 알고 계신 내용일 텐데요. 한국의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시위에 관한 북한동포 분들의 생각을 묻는 질문입니다.

일단 다시 한번 이번 일을 정리해 드리면 지난 12월 3일 오후 10시 5분 대한민국 헌법 제 77조를 근거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합니다. 그 명분은 국회의 입법 독재로 인한 국가 기능 마비와 반국가 세력 척결 및 국가 안보위기 대응이었습니다.

계엄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모든 언론과 출판의 자유 통제, 재판 절차나 영장 없는 일방적인 체포, 구금, 압수수색 등 전 국민의 정치적, 사회적 기본권을 박탈하는 조치였습니다. 이로 인해 순간적으로 한국 사회는 큰 혼란을 맞이했습니다.

주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던 늦은 시간대라 많은 국민들이 텔레비전 속보를 통해 소식을 접하게 됐는데요. 놀라긴 했지만 평소대로 잠을 잤다는 분도 물론 계시고요. 대다수는 밤새 잠 못 이루고 시시각각 들어오는 소식들을 확인하느라 새벽까지 텔레비전을 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비상계엄령에 관한 보도는 발빠른 현지 특파원들에 의해 해외 방송에도 실시간 생중계 됐는데요. 북한은 로동신문을 통해 지난달 18일부터 거의 매일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 등을 보도하다가 비상계엄령이 내려진 4일 이후로는 한동안 잠잠했습니다. 그러다 뭔가 정리가 된 건지 지난 11일, 조선중앙통신, 로동신문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이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를 한 상황이죠.

<관련 기사>

[질문있어요] 북한에서 선호하는 헤어스타일은?Opens in new window ]

[질문있어요] 외국인들이 북한 관광지에서 북한 관광객 만난다면…Opens in new window ]

11일이면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일주일 정도 지난 뒤에야 보도된 건데요. 사실 그대로를 신속,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보도의 기본 원칙이라지만, 주민 세뇌와 통제를 위해 외부 정보를 철저히 차단해야 하는 북한에선 이번 사안에도 대남비방용 내용을 만들기 위한 편집, 검토 절차를 거치느라 전 세계에서 가장 늦게 보도가 된 겁니다.

한국에선 인터넷을 통해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로동신문 기사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로동신문 1면을 다 차지할 정도로 시위대의 사진을 여러 장 담긴 했지만 서울의 풍경이나 시위대의 옷차림과 표정, 시위대가 들고 있는 반짝이는 응원봉 등 시위대의 진짜 다양한 모습들은 역시 오랜 시간 편집의 결과물 답게 모두 잘려 있더라고요.

북한은 외부정보 유입에 그렇게도 경기를 일으키면서도 이례적으로 한국 관련 보도를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경우가 전에도 있었습니다. 주로 한국의 사회적 위기나 재난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인데요. 대표적으론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있었죠.

당시에도 북한은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한국 국민들을 향해 위로의 말은 한마디도 없이 로동신문을 통해 세월호 사고와 시시각각 변하는 사망자 수까지 전하면서 정부책임론과 대남비난에 주력했었는데요. 실제로 평양에서 신문을 봤던 탈북민은 한국에 대한 엄청난 환상이 있는 북한에선 쾌속정도 많고, 직승기도 많은 선진국이 학생들을 구출하지 못한것에 대해 북한의 선전대로 지도자의 무능함으로 인한 인재였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질문자 분이 이번 한국의 사회정치적 상황을 북한사람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해 질문 주셨는데요. 어쩌면 한국 사람들은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독단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범국민적 시위를 통해 개개인의 권리를 지켜내는 국민들의 노력 또한 북한동포 분들이 제대로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물론 그 바람대로 역시 왜 민주주의여야 하는지에 대해 새삼 느낀 북한 주민들도 분명 있긴 할 겁니다. 하지만 북한을 살아봤던 탈북민으로서 제 개인적인 생각은 역시 이번에도 북한 주민들 중엔 사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국민들이 지도자에게 묻는다는 것도 아직은 낯설게 느껴질 것 같고, 무엇보다 북한 정권의 선전 그대로 얼마나 지도자가 무능하고 반인민적인 정치를 펼쳤으면, 대통령을 비롯한 착취계급으로 인해 얼마나 사회가 썩고 병들어 있으면 국민들이 못 참고 들고 일어났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여전히 더 많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사회의 혼란을 민주주의 제도와 법치주의를 통해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부디 북한동포 분들이 사실적으로 전해 듣고 그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길 기대하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