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한에선 단속에 걸린 오토바이 몰수도 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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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 서울에서 배달 일을 하고 있는 30대 남자입니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북한에선 오토바이 단속에 걸릴 경우 오토바이 자체를 아예 몰수하기도 한다던데 사실인가요? 이런 규정이 사실이라면 북한 주민들이 반발하지는 않나요?"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여기 한국에 알려진 지 얼마 안 된 내용인데, 라디오를 통해 바로 접하셨네요. 아마 하시는 일 때문이라도 더욱 기억에 남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오토바이, 북한말로 모터찌클을 출퇴근용으로 타거나 일반 승용차보다 더 비싸고 으리으리한 오토바이를 취미생활로 타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이보다는 대부분 배달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이용하죠.

한국에선 어딜 가든 항상 도로에 차가 많은 편이라, 오토바이는 비교적 도로 정체 영향을 덜 받기도 하고, 골목골목을 모두 다닐 수도 있고, 또 기름값도 적게 들기 때문에 배달 일을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가장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오토바이, 모터찌클은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가정에서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쉽게 말해 '돈이 있는 집'이라는 증표가 되기도 하거든요.

실제 이번에 북한이 밝힌 오토바이 통제 강화 이유로는 개인 오토바이는 부익부 빈익빈의 상징으로,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또 오토바이는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사회주의를 수호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오토바이 소유 자체를 부의 상징으로 여긴다는 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 북한의 경제사정,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상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질서 유지나 환경보호라는 명분 아래 내려지는 처벌조항들은 너무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몰수'라는 표현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들을 수 있는 용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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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번 규정은 북한 전체에 내려온 방침이라기 보단, 함경북도 도안전국에서 발표한 규정이라고 하는데요. 함경북도는 사실, 북한에서 탈북민을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중국과 가깝게 위치해 있다 보니, 중국을 통한 외부 정보, 그리고 밀수를 통한 상품 등으로 생각 또한 많이 깨어있는 지역인데요. 함경북도 안전국은 이번 규정으로 주민들의 사상적인 동요를 바로잡고, 무엇보다도 오토바이 몰수, 등록이나 단속을 통해 걷어들인 비용으로 중앙의 신임을 얻고자 하는 의도 또한 들어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규정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토바이, 모터찌클 면허증을 뇌물을 주고 취득했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면허증을 그대로 사용 중인 경우, 또는 불법 행위와 관련된 경우, 특히 통제 조치에 불복하거나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오토바이를 국고로 회수하겠다는 경고가 담겨 있는데요. 개인의 재산을 회수하는 법규정이 이런 식으로 어느 도단위에서의 규정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아마 민주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충격적으로 느껴지실 겁니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오토바이를 등록하는데 뇌물을 들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는데요, 오토바이 값에 상응하는 돈을 내야 등록이 가능했고, 이런 상황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오토바이를 사기만 하고 등록하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 규정대로라면 걸리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주민들의 반응입니다.

현재 함경북도 주민들은 일일히 다른 지역에 전화를 걸어 그 지역에서도 비슷한 조치들이 이뤄지는지 확인을 하는 등 불안감을 내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규정에 주민 반발이 없는지를 물어보셨는데, 한국 같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에선 당연히 국민들의 반발로 법 제정이 번복되거나, 시행이 어려울 수 있으나 북한 같은 독재사회에선 법규정도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져 시행되고 지키지 않을 시 처벌조항을 강하게 넣어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게 됩니다.

특히 사회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명분을 내세울 경우, 그 어떤 말이 안 되는 조항에도 주민들은 함부로 불만을 표출할 수 없는데요. 이번 일 역시 주민들은 불안과 불만을 마음속에 가득 품은 채, 가능한 이 규정의 여파가 크지 않고, 또 오래 지속되지 않기를 바라기만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의 법이나 규정이 점점 더 주민들의 삶을 옥죄기만 하는 이 상황에, 바깥에선 지켜보기만 할 수 밖에 없는 마음이 참으로 답답합니다. 오늘 여기서 이만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