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 저는 청주에 살고 있는 30대 여자입니다.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는데 탈북민이 자신은 청진에서 평양까지 수시로 왔다 갔다 했었고, 돈도 많이 벌었고, 부러울 게 없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아직까지도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부자가 많은 건가요? 그렇다면 북한의 부자와 서민들의 빈부격차는 얼마나 큰가요?"
저도 북한에서 살 때 한국에서 부자라고 하면, 돈이 어느 정도 많은 사람들일까? 궁금하긴 했었는데, 저랑 비슷한 질문을 갖고 계신 분이 여기 한국에도 계시네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기준으로 어떤 생각과 판단을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북한 사람들도 한국의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과 부자의 삶의 차이를 전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나는 한국 드라마를 워낙 많이 봐서 꽤 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실제로 한국 사회를 살아보면 '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구나'라고 느끼실 겁니다.
한국 사람들 역시 북한에선 아직도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식량난에 허덕인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되지만, 어쩌다 오늘 질문자 분처럼 인터넷 영상을 통해 '나는 북한에서 돈도 아주 많이 벌고 잘 살았다'라고 얘기하는 탈북민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정보가 완전히 열리지 않고 대부분 탈북민들의 증언에 의지해 북한에 대해 알아가는 사람들에겐 북한의 빈부격차가 궁금해지는 부분인 겁니다.
사실 오랫동안 북한은 북한 체제를 사회주의 체제라고 선전했습니다. 물론 이제 세계는 북한을 일반적인 사회주의가 아닌 독재정권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스스로를 사회주의라고 칭하려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 바로 평등입니다.
경제난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평등하게 어렵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으나 그 안에서 빈부격차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자본주의화 되어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죠.
아마 여기까지 듣고 나면 북한동포 분들은 바로 '여긴 이미 자본주의야, 돈만 있으면 살인을 하고도 감옥 안 갈 수 있는 세상이지'라는 생각을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오늘 질문자 분에게 돈이면 다 되는 세상, 한국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북한 빈부격차에 대한 답을 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으로 모피코트 주문하는 북한 부자들
얼마 전 북한 신의주에 있는 사람과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탈북민을 만났습니다. 사실 저 역시 그 분의 이야기가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손전화기를 통해 한국에서 물건을 사서 신의주로 보내달라는 의뢰를 해온다는 것인데, 종이에 적힌 품목들을 보니 대부분 모피 외투나 치장품 같이 한국에서도 일반적으로 쉽게 살 수 없는 아주 고가의 물품들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한국은 비슷한 제품이라도 품질이나 상표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큰 편인데,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더 비싼 고급제품으로 보내달라고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보내는 물품 가격이 한번에 5만달러에서 10만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탈북민이 덧붙이기를 이렇게 구매해 중국을 거쳐 신의주로 들어간 물품들은 하루만에 평양에서 차를 타고 온 사람들에 의해 모두 팔려 나간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돈주들의 경우, 빠른 이동을 위해 몇 명이 함께 돈을 모아 어랑 비행장에서 소형 비행기를 띄워 움직이기도 한다는데요. 사실 저도 들으면서도 '에이~ 거짓말이지?'라고 얘기했었는데, 2019년까지 150달러를 내고 이용했다고 합니다. 아마 이런 얘기는 북한 사람들 중에서도 아는 사람들만 아는 사실이라 끄덕이며 공감하시는 분이 계실 테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 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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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북한은 ‘내가 번 내 돈’이어도 주변에 마음껏 드러내고 쓸 수 없는 곳입니다. 법적으로는 사유재산과 불로소득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 보위부가 돈의 출처를 캐며 위협적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주민 통제 커질수록 빈부격차 커져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은 단편적이긴 하지만 이 외에도 요즘 북한에선 돈이 있으면 당원증도 돈으로 살 수 있고, 원하는 대학도 가고, 좋은 직장이나 군대에 배치 받을 수도 있으며, 특히 의료 분야에서 돈과 권력이 있으면 한국 못지않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시는 것처럼 여전히 일반적인 사람들은 오로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만 집중해 살고 있고, 일반적인 교육, 의료, 여가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북한 주민들에 대한 통제나 처벌 수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북한의 빈부격차는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씁쓸한 마음으로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