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한 저출산 문제는 여성들 지위가 높아져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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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 결혼 4년차 30대 여자입니다. 저희 부부는 요즘 임신을 준비하고 있어요. 워낙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원사업이나 혜택이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 꼼꼼히 확인하고 있어요. 그런데, 인터넷에 보니 북한도 저출산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저는 저출산은 보통 선진국들에서 많이 생겨나는 문제라고 알고 있었거든요. 그럼 북한도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이나 지위 향상으로 저출산 문제가 생겨난 건가요?"

저출산, 이제 북한동포 분들에게도 낯선 용어가 아니죠? 출산율이 크게 저하되고 있는 건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나라들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정말 '아이 많이 낳는 사람이 애국자'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사실 수치로 보면 그 심각성이 더 확 와 닿는데요. 2023년 한국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7.7% 감소했습니다.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낮고요. 그러니까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낳는 아이가 평균 1명이 안 된다는 거죠.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보통 출산율 유지에 필요한 수치는 2.1명인데, 그러니까 현재 한국의 상황은 필요 수치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것이죠. 그리고 첫 아이를 낳는 여성의 출산 연령도 33.6세 정도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저출산 문제는 경제적 요인, 결혼 및 출산 기피 등 여러 사회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 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늘 사회적 문제가 대두될 때 제도나 체계의 문제점들을 찾고, 보완하고, 해결하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별로도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대책들을 내놓고 있는데요. 출산 및 양육 지원금 지급이나 엄마, 아빠 모두 출산, 육아 휴가 지원 등 다양한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인지, 올해 2024년은 지난해에 비해 출산율이 소폭 증가했다는 지역들도 있습니다.

사실 이 출산율 저하 문제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요. 20대, 30대의 청년들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다 보니, 결혼이나 출산 등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무엇보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것 또한 출산율 저하의 요인 중 하나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육체 노동 보단 남녀 구별 없이 사무실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다양한 업종들이 생겨나기 마련인데요. 그렇게 여성들 역시 업무적 능력을 발휘하고 성취와 성공을 이룰 수 있는 사회에서는 특히 더 결혼이나 출산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만성적인 식량난과 경제 침체로 모든 관공서 및 기관, 기업소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여성들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고, 이로 인해 가정주부로 생활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북한의 저출산은 여기 한국 사람들의 기준에선 좀 의아하게 생각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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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1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38명 수준으로, 정말 우려할만한 수준에 와 있습니다. 지난 2021년 6월 북한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수천, 수만금을 들여서라도 보다 개선된 양육 조건을 지어주는 것은 당과 국가의 최중대 정책이고 최고의 숙원”이라고 선언했고, 이는 2022년 2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에서 전국 어린이들에게 유제품을 포함한 영양식품을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법제화한 ‘육아법’의 채택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의 어머니들은 여기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아이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배불리 먹이는 것, 먹는 양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고, 또한 가정 살림은 물론이고 이제 가족 부양을 위한 경제활동 역시 여자들이 몫이 됐습니다. 현재 북한 경제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축인 장마당은 70% 이상이 여성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장마당에서 여성들이 장사를 해야만 가족들을 먹일 식량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저개발국가에서의 출산율을 얘기할 때 여성들의 교육 수준과 의료 환경 등도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사실 북한의 사회제도나 체계는 개발도상국에 포함될 만큼 낙후하고 문제가 많지만 사람들의 의식 수준은 이와 꼭 비례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입 하나 덜기 위해 군대로, 돌격대로 아이들을 보내고 이어 사고로, 병으로 아이들이 사망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생겨나면서 지금의 20대, 30대 북한 여성들은 절대적인 진리를 깨닫게 된 겁니다. ‘1명만 낳아서 어떻게든 잘 먹이고 잘 키우자’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북한의 출산율 저하는 여성들에겐 더욱 더 가혹하고 열악한 북한의 현실 속에서 여성들이 각성한 결과라고, 개인적으론 이렇게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