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제주도에 살고 있고요. 여행을 사랑하는 30대 여자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유럽과 동남아 등 15개 정도의 국가를 여행했어요. 저는 늘 여행 가면 그 나라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얘기 나누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아직 가보고 싶은 여행지 목록이 더 있는데, 그 중엔 언제 갈 수 있을 지 모르는 북한도 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북한이 외국인 대상 관광사업을 재개한다는 기사를 보고 궁금한 게 생겨 질문 드려요. 북한에 간 외국 관광객들은 그럼 관광지에서 북한 관광객들과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나요?”
20대부터 무려 15개국 정도를 다녀오셨으면 1년에 한번씩은 계속 새로운 국가를 여행한 셈이네요.
하긴 유럽 같은 경우 이런 표현이 적절할 지는 모르지만, 생각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느낌이라 한 보름 정도 시간 잡고 여행 가면 한번에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를 짧게 둘러볼 수 있더라고요.
저도 6~7년 전에 2주 정도의 시간을 내서 유럽 6개국을 여행했거든요. 제가 북한에서 살 땐 지구의도 집에 없어서 유럽국가들이 그렇게 모여있는 줄 몰랐습니다. 여행증명서도 없이 고속도로에서 잠깐 멈춰 통행료만 내고 지나가는데, ‘국경을 이렇게 넘는다고? 이게 실화인가?’ 직접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이제 중앙당 간부를 시켜준다고 해도 이런 여행의 자유를 못 누리는 북한에선 다시는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행은 ‘그래. 이게 사람 사는 맛이지’라는 엄청난 행복감과 만족감을 제대로 느끼게 해줍니다.
저도 워낙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유독 더 오늘 질문자 분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데요. 그리고 질문 주신 북한 관광 기사에 대해서도 어떤 내용을 얘기하는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 기사를 관심있게 봤거든요.
여기 한국인들 뿐 아니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 새롭고 흥미로운 여행지가 없을까?’에 대해 늘 관심을 갖고 찾고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북한은 어떤 면에선 아직은 모든 것이 비밀에 가려진, 그래서 신비롭고 흥미로운, 도전해보고 싶은 그런 여행지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나온 기사가 그런 분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겁니다.
지난 5일,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스’ 홈페이지에‘새롭게 선보이는 북한 여행지’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된 걸 봤습니다. 내용에는 “평양의 파트너들로부터 새로운 여행지가 확정됐음을 전달받았다”, “새 여행지에는 기존 명소와 함께 새롭고 흥미로운 몇 곳도 포함돼 있다”라고 설명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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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여기서 평양의 파트너라고 밝혔다는 건,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이라는 얘기인데요. ‘고려투어스’외에도 북한 관광상품을 다루고 있는 몇몇 여행사에서 코로나19 이후 북한이 다시 외국인들에게 북한 관광을 전격적으로 개방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여러 건 나왔습니다. 아마 정작 북한에 살고 계신 분들은 북한이 외국인 관광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내용은 잘 모르시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주목되는 부분은 앞으로 재개될 북한 관광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며 또 몇몇 새로운 관광지들이 추가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새로운 관광지로 언급된 지역을 보니, 이제는 시로 승격된 량강도 삼지연 지역이 들어가 있고, 또 북한이 신도시로 건설했다고 자랑하는 평양의 화성지구도 있더라고요.
이쯤 듣고 나면 북한동포 분들은 이미 잘 알고 있으실 텐데요. 여전히 북한은 체제 선전을 위해 깜빠니아 식으로 겉모습만 그럴 듯이 정비한 지역들만 지목해서 외국인들에게 공개해 기존 북한 내 관광과 다른 방식이라는 표현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사실 여행객들이 가장 원하는 건 오늘 질문자 분도 얘기하셨던 것처럼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오래된 전통, 일상의 문화와 정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 등 포장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해외 어느 나라에서처럼 인터넷지도를 켜고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고, 그 곳에서 현지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며 그 나라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먹어보고,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여행을 원한다는 얘긴 거죠.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하시는 것처럼 북한의 관광엔 여전히 그런 ‘자유’는 빠져 있습니다. 삼지연 지역이 새로운 관광지가 됐다고 해도 고급기술중학교, 제개봉국수집 등 정해진 장소에만 가서 머무를 수 있고, 길거리에서 량강도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진 몰라도 마주앉아 들쭉술 한잔 하며 자유롭게 질문하고 얘기 나눌 순 없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내국인 이용불가’라고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달러로 운영되는 관광지를 이용할 수 있는 주민의 수도 많지 않을 뿐더러, 혹시라도 외국인들과의 의도치 않은 접촉으로 인해 사상검증이나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그 체제에선 ‘행복’보단 ‘안전’을 위해 주민 스스로가 외국인 관광지를 기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 인터넷에 올라온 북한 여행 재개 기사엔 ‘내년 여름에 여행가고 싶다’, 반대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여행지’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 글들이 북한 여행에 대해 갖는 외부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나 싶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