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한에도 ‘비혼 출산’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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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직장인입니다. 한동안 한국에선 배우로 유명한 정우성 씨의 비혼 출산으로 의견이 분분했는데,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만 책임지고 결혼은 안 하겠다는 정우성 씨의 결정이 그렇게 좋게 받아들여지진 않거든요. 그런데 제 주변에선 충분히 이해된다는 사람들도 꽤 많아요. 궁금한 건 북한에도 혹시 비혼 출산이 있나요? 있다면 북한 사람들은 이런 경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정우성의 비혼 출산’ 이게 다 무슨 말인가 싶으실 텐데, 들어온 질문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오늘은 배우 정우성 씨에 대해 먼저 설명해 드릴게요.

북한동포 분들에겐 아무래도 출연 작품으로 알려드리는 게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일단, 1997년에 개봉한 영화 ‘비트’부터 ‘태양은 없다’, 그리고 ‘무사’,’중천’ 같은 사극 작품들도 있고요. 절절한 사랑이야기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큰 인기를 끌었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선 좋은 놈 박도원 역을 맡아 열연했고, 이 외에도 ‘나를 잊지 말아요’ ‘아수라’ ‘더 킹, ‘강철비’ ‘증인’ ‘헌트’ ‘보호자’ 등 정말 많은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습니다. 또 최근 개봉작 ‘서울의 봄’에선 계엄령에 맞서는 정의로운 군관 역할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호평 받기도 했죠.

배우 정우성 씨는 1973년생으로 올해 만으로 51살이 됐고, 그리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입니다. 186cm라는 큰 키에 사람을 쳐다볼 때 내뿜는 이글이글한 눈빛 하며, 1990년대 중반 배우가 된 뒤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미남 배우로 손꼽힐 만큼 멋진 외모가 눈에 띄는 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선한 영향력을 미치다 보니 정직하고 반듯한 이미지까지 더해졌죠.

그런데 이번에, 몇 십년 동안 멋진 경력을 쌓아오던 그에 대해 대중이 전혀 몰랐던 그의 사생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건데요. 문가비라는 여성이 정우성 씨의 아이를 낳았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고, 이에 대해 정우성 씨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내포된 ‘아버지로서 아이는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혀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겁니다.

문가비 씨는 1989년생으로 올해 35살, 정우성 씨와는 16살 차이가 나는데요. 늘씬한 몸매와 이국적인 얼굴, 활발한 성격으로,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방송인으로도 활약했습니다. 정우성 씨는 아무래도 그러다가 만난 것 같은데요.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정우성 씨는 문가비 씨와 연애를 하거나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 잠깐 동안 짧고 가벼운 만남을 하다 아이가 생긴 거고, 문가비 씨는 혼자 아이를 출산하게 됐다는 겁니다.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정우성이 모든 의무를 다할 것이라며 좋은 사람인 척 하고 있는데, 아이는 돈만으로 자라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결혼하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윤리적인 사람인 척 했다는 것이 문제”, 그리고 “난민과 미혼모 보호를 외치며 약자의 편에 서는 선하고 올바른 이미지로 사랑을 받던 정우성이 대중을 기만한 것이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답게 또 한 켠에선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 하는 모습 보기 좋다’,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무조건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건 개인의 선택이고 자유다’ 등 정우성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의견들도 나오면서 이제 이 문제는 ‘비혼 출산’자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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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한민국 통계청이 2년마다 관련 설문조사를 하는데요.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낳을 수 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매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2014년 30%에 그쳤던 동의율은 10년 만에 42%까지 늘어났습니다. 실제 법적으로 혼인 관계가 아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비중도 늘고 있는데, 지난해엔 전체 출생아의 4.7%로, 비혼 출산에는 정우성 씨처럼 한쪽이 결혼을 거부해 미혼모, 미혼부가 되는 경우도 있고,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 관계를 유지하며 출산한 경우도 포함된 겁니다.

북한에서도 비혼 출산이나 혼외자가 있는지, 그리고 사회적 인식은 어떤 지도 질문하셨는데요. 지난 1월, 탈북민 71명의 심층면접을 토대로 발간한 통일연구원의 ‘2023 북한인권백서’에는 최근 북한 내 가부장적 특징이 약화되면서 이혼율이 높아짐에 따라 제도적 결혼보다 동거를 선호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2021년부터 동거를 ‘비사회주의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동거라는 게 결국 자본주의 사상에 오염된 행위이고, ‘나’만 생각하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자본주의적 생각이기 때문에 나라를 위해 ‘올바른’ 선택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애국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비판을 시작한 겁니다.

그러니까 다시 설명해 드리면 대한민국에 ‘비혼 출산’은 도덕적 기준으로 판단되는 문제라면 북한에선 이런 개인적인 영역도 ‘비사회주의’라는 법적인 잣대로 처벌받을 수 있는 문제라는 겁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일어나는 일은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개인들의 사생활 영역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은 법적인 잣대로 규제하고 처벌한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이기적이고 자기 밖에 모르는 세상이라고 비난하는 자본주의 세상에선 사람들의 자성적인 목소리가 발생하는 문제를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