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선 달력 많이 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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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50대 주부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일정관리도 휴대전화로 하고 그래서 달력을 잘 안 보던데, 저는 아직도 달력에 중요한 날짜를 표시해 두면서 사용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북한에도 달력이 있을 텐데, 북한 달력은 어떤가요? 그리고 북한에선 달력 사용하는 사람들 아직 많이 있나요?”

저는 한국에 와서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제가 50대나 60대 분들하고 더 정서가 비슷하다는 걸 종종 느낍니다. 오늘 질문을 받고도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저 역시 여전히 어디선가 달력을 주면 반갑게 받아오고 방마다 달력을 두고 사용하거든요.

북한에서도 연말이 되면 예쁜 달력을 마련하려고 하는 분들 많으시잖아요. 북한도 손전화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곤 하지만, 모두가 다 손전화기로 일정관리를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모름지기 달력을 벽에 걸어두고 중요한 날짜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사용하는 분들이 더 많으실 것 같거든요.

그리고 달력은 북한에서 인테리어 소품, 그러니까 집안 장식용품으로 사용되기도 하죠. 최근엔 음식 사진이 들어있는 달력도 인기라고 하죠? 또 한복을 입은 고운 녀성들의 사진이 들어있는 달력이나 집에 좋은 기운을 준다는 호랑이 달력도 늘 인기있는 달력 겸 장식품으로 사용됐던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온 멋있는 달력은 가격도 꽤 했던 것 같고요. 그림뿐만 아니라 달력 종이의 재질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졌던 게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늘 달력 한두 개 정도는 꼭 사서 집에 걸어 두게 되죠.

사실 한국에선 컴퓨터에 맞먹을 정도로 거의 모든 기능들이 지능형 손전화기에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시계도, 알람도, 달력을 보면서 하는 일정관리도 스마트폰이라고 부르는 지능형 손전화기로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 중엔 종이 달력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한국에선 기관, 기업소 별로 달력을 제작하기도 하고 개인들이 달력을 직접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여기저기서 달력을 주니까 좋아라 하며 다 받아왔다가 집에 달력이 열 개 넘게 쌓였던 적도 있었죠. 한국은 달력은 대부분 공짜로 주는 경우가 많아서 돈 주고 사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처음에 한국에 와서 달력을 보고 놀란 것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말 하면 한국사람들은 오히려 저의 말에 더 놀라기도 하죠. 말하기 민망하기도 한데, 제가 놀랐던 건 바로 종이가 너무 좋다는 거였습니다. 하얗고 아주 빳빳한 마분지 종이를 보며 '이건 수령님 회고록 책 종이보다 훨씬 좋구나...' 생각했었고, 종이가 좋아서인지 선명하고 밝게 인쇄된 그림은 정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었죠.

제가 앞서서 한국에선 개인들도 달력을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해마다 나오는 달력 중에는 없어서 못 파는 달력도 있는데요. 남자 소방관들이 자신의 몸을 멋지게 만들어서 육체미를 뽐내는 달력도 있고요. 방송 프로그램 등에 출연한 가수나 배우 등 방송인들이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 달력으로 제작하기도 하는데요. 보통 이렇게 제작된 달력의 수익금은 전부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이제 남을 돕는 기부는 일상의 문화로 자리잡긴 했습니다만, 특히 추운 겨울, 또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엔 주변에 기부를 하는 분들이 더 늘어나거든요. 연말, 뜻있는 사람들끼리 달력 제작을 함께 하고 그 돈을 기부하기도 하면서 더 의미 있는 마무리를 하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다양한 달력 제작을 통한 기부가 가능한 건 누구에게나 출판의 자유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은 북한동포분들의 집마다 새해 새 달력들이 걸려있을 텐데, 올 한해 달력에 동그라미 칠만한 기대되고 기쁜 일들이 많길 바라면서 오늘 인사드리겠습니다.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