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는 39살 남자입니다. 한국은 올해부터 만 나이로 통일되면서 저도 올해까지는 30대로 살 수 있게 됐는데요. 북한의 나이 계산법은 어떻게 되나요? 한국처럼 만 나이를 쓰나요?”
(음악 up & down)
한국에선 새해부터 나이 얘기로 뜨겁습니다. 왜냐하면 올해 6월부터 한국사람들 모두 한 살 어려지기 때문이죠. 오늘 질문자 분은 이렇게 한국에서 나이계산법이 만 나이로 통일되는 것과 관련해서 북한에서는 나이를 어떻게 계산하고 말하는지를 궁금해하셨네요.
먼저 남북 모두 일상에서 느끼는 나이의 중요성에 대해 좀 얘기해볼까요? 보통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름이나 사는 곳, 이런 거 말고도 나이를 꼭 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전에 아주 어린 아이들이 서로 '넌 몇 살이야?'라고 물으며 '내가 언니네'라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남과 북,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말에 있는 경어 표현이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윗사람을 높여 부르는 경어는 우리 문화권에서는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요. 그래서 사람들은 말을 하기에 앞서 어떤 표현을 써야할 지를 정하기 위해서라도 상대의 나이를 알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호칭에 있어서 나이는 더 중요한데요. 직장이 아닌 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사이일 경우 나이를 통해 형, 누나, 오빠, 언니 등 좀 더 편안하고 친근한 호칭으로 서로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외국에선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이름으로 부르지만 우리는 윗사람을 이름으로만 부르는 건 큰 결례로 여기니까요.
한국에서는 그동안 나이를 세는 계산법이 좀 모호했습니다. 평소에는 세는 나이를 쓰고, 또 법으로는 '만 나이' 그리고 일부 법률은 '연 나이'를 쓰게 때문에 헷갈리는 때가 적지 않았죠. 한국에서 '몇 살이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보통 '한국 나이로 35살입니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를 기준으로 한국나이 35살이면 몇 년생인지 북한동포분들은 혹시 아시겠나요?
그동안 일반적으로 쓰던 세는 나이는 태어나자 마자 한 살이 되고, 다음해 1월 1일이 되면 생일과 무관하게 한 살씩 더하는 방법이었는데요. 그러니까, 1989년 12월생이라고 하면 이미 1989년 12월에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되는 거고, 며칠 뒤 1990년이 되면 해가 바뀌었으니까 바로 2살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1989년생 분들은 현재 한국식 세는 나이로는 올해 모두 35살이 되는 거고, 만 나이로 계산하면 1월 9일 이전 생일인 분들은 만 34세, 1월 9일 이후 태어난 분들은 오늘 기준 만 33세가 되는 거죠.
꽤 복잡한 것 같죠? 맞아요. 저도 한국에 와서 그렇게 느꼈어요. 제가 생일이 12월이라 북한에서도 '섧은 나이를 먹었다'라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한국에 오니 세는 나이가 되면서 갑자기 나이가 더 많아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공공기관이나 행정기관 등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는 늘 만 나이를 적어야 해서 저뿐 아니라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복잡하게 나이를 계산하는지 의아했었는데, 한가지 이유를 알고 나선 좀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여기 대한민국에선 생명의 가치를 세상 어떤 것에도 비유되지 않는 최고의 가치로 여깁니다. 그러니까, 태아가 엄마 뱃속에 형성되었을 때 이미 생명으로 여기고 나이 또한 부여하는 것이죠. 한국에선 그래서 법률이 정한 특정 이유가 없는 경우 낙태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한국의 '세는 나이' 계산법은 저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생명존중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준 중요한 부분이었는데요. 하지만 나이 계산법이 달라서 생기는 혼란과 부작용을 막기 위해 올해 6월부터는 한국 역시 만 나이로 통일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술, 담배 등을 살 수 있는 나이는 여전히 연 나이로 계산해서 2004년생 이상으로만 구입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질문자 분이 북한의 나이 세는 법을 궁금해하셨는데, 북한은 연 나이로 계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자신이 태어난 연도를 뺀 것으로 세는 나이보다는 한 살이 적은데요. 보통 북한은 고등학교 졸업하는 나이도, 성년으로 치는 나이도 한국보다 한 살씩 어리다고 보시면 됩니다. 답이 됐을까요?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