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 살고 있는 20대 회사원입니다. 저는 원래도 사주나 운세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 궁합 보러 가기도 하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도 점집을 찾는 편이거든요. 특히 새해가 되면 꼭 신년운세를 보는데, 북한에도 이런 점을 봐주는 점집같은 것이 있나요? 그리고 북한 분들도 신년운세나 토정비결 같은 거 보시나요?”
(음악 up & down)
올해 2023년은 계묘년입니다. 육십갑자의 40번 째로 계는 흑색, 묘는 토끼를 의미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검은 토끼의 해'라고도 부릅니다.
근데, 계묘년, 육십갑자, 그게 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싶은 북한동포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북한에서 올해는 2023년 또는 주체 112년으로 표기됐을 테니까요. 육십갑자는 甲(갑), 乙(을), 丙(병), 丁(정) 등의 천간(天干) 10개와 자(子), 축(丑), 인(寅), 묘(卯) 등의 지지(地支) 12개를 순서대로 조합하여 만든 간지 60개를 말합니다. 줄여서 육갑이라고도 하고 육십간지(六十干支)라고도 한다는데요. 천간과 지지를 조합해 갑자(甲子)부터 계해(癸亥)까지 총 60개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세는 나이로 61세가 되면 환갑(還甲) 혹은 회갑(回甲)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갑자에서 시작해 갑자로 한 바퀴 돌아온 해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며 우리의 문화와 역사로 자리잡은 토정비결이나 사주팔자는 북한에선 그저 한낱 허황된 미신 따위로 낙인 찍혀 있죠. 하지만 감시하고 처벌한다고 막아지지 않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앞날이 궁금하고 알고 싶어하는 사람의 본능일 겁니다.
북한을 떠나 여기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 중 많은 이들이 한국행을 결심하고선 점집을 찾았다는 얘길 많이 하더라고요. 그만큼 생사가 오갈 수 있는 위험한 길이기에 길흉화복을 점치고 간절한 마음으로 안전을 도모하는 행위를 하려고 했던 거겠죠.
사실 한국에서 점을 보는 행위는 북한처럼 이렇게 생사를 넘나드는 심각한 영역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쩌면 하나의 문화생활, 놀이에 더 가깝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점집에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보통의 문제는 '언제쯤 결혼할 수 있을까요?' '올해는 돈복이 있을까요?' '취직은 언제쯤 하게 될까요?' 등등 아주 일상적이고 무겁지 않은 질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특히 여기 한국엔 스마트폰, 그러니까 지능형손전화기에도 사주나 운세를 볼 수 있는 응용프로그람이 있어 더 쉽고 편리하게 운세를 확인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태어난 시간까지 넣으면 시주, 일주, 월주, 년주 그렇게 4주가 되고, 이 4주를 통해 8글자가 나옵니다. 이걸 4주 8자라고 하는 거더라고요. 8자에는 화,수,목,금,토의 오행 중 8글자가 나오는데, 그걸로 토정비결이며, 신년운세 등을 점쳐주더라고요.
저도 보통 잠들기 전 밤 12시 즈음 내일 하루 운세를 보기 위해 응용프로그람을 이용할 때가 종종 있는데요. 이 응용프로그람에는 하루 이용자수가 표시되는데, 하루가 시작된 지 10분 정도 지났을 뿐인데 이용자 수가 몇 만명에 달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일어날 일에 대해 궁금해 하는지를 알 수 있겠더라고요.
오늘 질문자 분은 북한에서도 점을 보고 신년운세를 보는 문화가 있는지를 궁금해하셨는데요. 오로지 당과 수령만 믿고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북한에선 토정비결이나 사주, 운세를 보는 것 모두 불법으로 간주되어 감시 받고 처벌받아야 할 행위에 속합니다.
하지만 보통 사회가 흉흉하고 먹고 살기 힘들 때 사람들은 미신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잖아요. 어느 것 하나 예측가능하지 않아 모든 것이 불안정한 북한에서 미신이나 점집은 주민들에게 그나마 위안과 희망을 주는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고 답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별주부전 설화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자신의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는 기지를 발휘할 만큼 똑똑한 동물 토끼처럼, 북한동포분들도 2023년 계묘년, 지혜로움을 상징하는 검은색과 영특함을 상징하는 토끼가 조화를 이룬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어려운 일에도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는 한해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