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떡볶이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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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대학생입니다. 저는 떡볶이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거의 일주일에 4~5번 정도 먹는 것 같아요. 요즘은 편의점에서도 간단하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떡볶이를 팔더라고요. 그래서 아마 더 자주 먹게 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러다 문득 궁금해서요. 북한에도 떡볶이가 있나요?”

(음악 up & down)

한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딱 3가지만 꼽으라고 하면 붕어빵, 어묵, 그리고 떡볶이를 들 수 있습니다. 붕어빵은 북한의 꽃빵이나 틀빵이랑 비슷합니다. 쇠틀이 붕어모양이고요. 기름을 두른 쇠틀에 밀가루 반죽과 팥 속을 넣어서 겉은 바삭하게 속은 촉촉하게 구워내서 그때그때 판매하는 빵입니다.

그리고 어묵은, 실제로는 '오뎅'이라고도 많이 부르는데요. 밀가루 반죽에 생선살과 남새(채소) 등을 다져 넣어 튀긴 걸 꼬치에 끼워서 뜨끈한 국물에 우려내 먹는데,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 국물과 같이 먹으면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아 길거리에서 먹기에 참 좋습니다. 아마 한국 드라마를 워낙 많이들 보시니까, 주인공 남녀가 데이트 하면서 길거리 매점에서 어묵 먹는 장면은 한번씩 보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질문의 주인공 ‘떡볶이’인데요. 북한에서 국수 내리다가 마지막에 국수떡 내려서 먹던 거 기억하시죠? 그렇게 동전 크기 정도 두께로 내린 떡을 먹기 좋게 뚝뚝 잘라서 고춧가루와 고추장 등으로 만든 빨간 양념에 볶아 먹는 음식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떡볶이입니다. 조선시대부터 간장 양념에 쌀떡과 소고기를 넣어 볶은 궁중떡볶이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의 고추장떡볶이는 1950년대 분단 이후 생겨난 음식이라고 합니다. 붕어빵, 어묵, 떡볶이 모두 한국에선 수십 년 간 누구나 오다가다 만나는 길거리 매점에서 편하게, 그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사먹는 길거리 음식들입니다.

오늘은 질문에 답부터 바로 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처음 한국에 와서 떡볶이를 보곤, 귀한 떡을 양념에 마구 비벼서 길거리 간식 정도로 먹는다는 사실에 좀 놀랐습니다. 북한에서 떡은 명절에만 먹는 거였습니다. 쌀을 불리고 가루를 내서 전기가 들어왔을 때 밤새 떡을 빚어 뒀다 아침에 쪄 내기도 하고, 그렇게 떡을 한 함지를 해둬야 어머니는 명절음식을 제대로 해둔 것 같아 맘이 놓였다고 지금도 얘기하시거든요. 아직까지도 한국에 와있는 탈북민들은 명절이 되면 꼭 떡을 한다며 송편을 빚는 분들 꽤 많습니다. 그래서 북한엔 떡볶이가 없습니다. 떡이 길거리에서 저렴하게, 간편하게 먹을 수 있을 만큼 쌀이 그렇게 흔하지 않거든요.

얼마 전 한국의 쌀 소비량이 점점 줄어든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1992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24.8kg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 30년간 꾸준히 쌀 소비량은 감소했고, 2022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kg으로 거의 반토막으로 떨어졌습니다. 전 세계 먹거리가 들어오면서 빵, 피자, 스파게티 등 해외 음식의 섭취가 늘어난 부분도 있고, 또 한켠으로는 건강과 다이어트, 그러니까 살까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쌀이 살이 찌는 원인으로 주목되는 탄수화물 덩어리라고 인식되면서 쌀밥량을 줄이려고 하는 사람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쌀 가격이 떨어져서 농민들은 쌀농사를 지어도 팔리지 않아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여러가지 행사들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쌀로 만든 떡볶이인데요. 쌀밥을 기피하는 젊은 여성들에게도 여전히 떡볶이는 인기 음식으로 자리하고 있죠. 식품기업들에서도 집에서 간단히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떡볶이를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떡볶이의 맛도 매운 고추장 대신 우유를 넣어 만든 크림떡볶이, 춘장으로 볶은 짜장떡볶이 등 그 맛도 종류도 다양합니다. 여성들은 좋아하는 떡볶이 얘기만으로도 하룻밤을 얘기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북한에도 떡볶이가 있나요?' 사실, 가볍게 하신 질문이겠지만, 남북의 너무 다른 쌀 상황을 알고있기에 탈북민에겐 결코 가볍게만 들리진 않는 질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